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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의식과 세상

박희욱 2016. 11. 14. 07:31

<자의식과 세상>


울 솔향이는 내년 1월 3일이면 3번째 생일을 맞이하는데 아직도 '나'라는 말을 모르고 자신의 이름 '향'이를 사용한다.

아직까지는 자의식이 제대로 발달하지 않았다고 봐야 할 것이다.

점차 자라면서 경혐이 더욱 축적되면,

발생한 구름이 모여서 태풍이 되고 그 중심에 태풍의 눈이 발생하듯이

경험의 중심에 자의식이 자리잡는다.

그러나 태풍의 눈은 텅빈 공간이듯이 자의식 또한 텅빈 허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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낙원의 금단의 열매는 그런 자의식을 의미한다.

태풍의 눈이 비구름과 강풍을 몰고 다니듯이 자의식 또한 우리의 삶에 그런 것을 드리워서 고통의 원인이 된다.

자의식이 강할수록 세상을 있는 그대로 보지 않고 자신의 눈으로 본다.

그 자신의 눈이라는 것이 사실은 찌그러진 거울과 같다. 그러므로

자의식이 강한 사람일수록 세상이 찌그러져 보인다.

대개의 경우 그런 사람들은 이상이라는 자기 잣대를 세상에 갖다 대지만 그 이상이 바로 찌그러진 거울이라는 것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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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은 어쩔 수 없이 '나'라는 단어를 사용할 수 밖에 없지만 그 자의식만은 소멸시켜야 한다.

그 자의식은 태풍의 눈과 같이 실재하지 않는 것이지만 그 자의식에 대한 믿음을 사람들은 떨치지 못한다.

구름이 빗물을 모두 떨어뜨리고 나면 태풍의 눈은 그대로 있지만 사라져버린다,

태풍의 눈은 본래 없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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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요히 앉아라.

그리하여 침묵하라.

그 상태를 유지하면 그것이 곧 자의식이 소멸한 상태이다.

그 상태가 곧 파라다이스다, 그 외의 파라다이스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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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울 솔향이가 되도록이면 '나'라는 단어를 늦게 배웠으면 한다.

아직 아무 말도 하고 있지 않은데 가족들에게 내 뜻을 전해야겠다.

내가 가장 듣고 싶은 말은 '향이는 하라버러지가 좋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