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ps Trekking & Swiss

출발하면서

박희욱 2022. 6. 25. 05:58

내일이면 인천공항으로 올라가서 스위스로 출국한다.

이번 여행도 예외가 아니라서 긴장을 하기도 했지만 그 기간은 그나마 비교적 짧았다.

갈 수 있는데까지만 가자는 생각으로 스트레스를 줄이고자 내 스스로를 다독거렸다.

어느 지인은 나의 여행에 대해서 왜 그렇게 사서 고생하느냐고 했는데, 나는 변명할 말을 찾지 못했다.

그는 금정산이나 슬슬 다니면 될 게 아니냐고 했다.

그러나 걸어서, 또는 mtb로 수없이 다녔던 길을 반복하고 있을 수는 없는 것이다.

나는 가장 경계해야 할 일은 같은 일을 습관적으로 반복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처음 이 여행의 계획을 했던 것은 2020년도에 JMT를 다녀와서였으나 지난해는  코로나사태로 인하여 실행할 수 없었다.

몽블랑둘레길(Tour du Mont Blanc)은 세계적으로 유명한 트레일이라 오래전부터 관심을 가져왔다.

프랑스의 샤모니와 스위스의 체르맛을 연결하는 Haute Route는

전문가들이나 하는 것으로 여기고 감히 시도할 생각을 못했다.

여행을 계획하다보니 마테호른 둘레길도 있었고, 몬테로자 둘레길도 있었다.

그래서 위의 4가지 트레일을 한꺼번에 연결해서 해보자는 생각이 들어서 그렇게 계획을 세웠다.

그렇게 한다면, 어쩌면 한국인 최초일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그 트레일은 380km나 되었어서 최종적으로 몬테로자 둘레길은 제외하였다.

너무 힘들 것 같아서 자신도 없고, 또 아무리 알프스산이라 할지라도 그렇게 무리하게 하면 지겨울 것 같기도 했다.

최종적으로  몬테로자 둘레길을 제외하고, 여행하지 못했던 스위스의 도시관광에 시간을 더 투자하기로 했다.

 

이 여행에서 제일 고민한 것은 산장을 이용할 것인가 아니면 비박을 할 것인가였는데,

전문가 허긍열씨의 권유대로 산장을 이용할 것으로 마음을 정했지만 산장예약이 문제였다.

예약을 하려면 정확한 일정을 잡아야 하는데 그 긴 트레일의 일정을 잡는 것은 곤란한 일이다.

게다가  우천으로 인하여 쉬어야만 하는 날도 있을 것이다.

그래서 산장 예약없이 진행하려고 했으나 아무래도 불안하여 6월 첫주에 예약을 시도했으나

많은 산장이 이미 예약이 끝나버렸고, 일부 산장은 침낭지참을 요구하였다.

결국 나는 최종적으로 비박을 준비하기로 결정하였다.

 

또 하나 스트레스를 받은 것은 PCR음성증명서 때문이었다.

묘하게도 월요일 출국이라 입국 48시간전의 증명서를 발급받는 것도 어려웠고,

네델란드 암스테르담을 경유해서 제네바로 들어가는데 과연 그것이 필요한 것인지도,

이곳 저곳을 살펴보았지만 딱히 말해주는 곳이 없어서 스트레스를 받았다.

나중에 인천공항에서 PCR검사를 해 준다는 정보를 보고 검사를 위한 예약을 했으나

어제가 되어서야 비로소 그것이 필요없다는 결론을 얻었다.

 

지난번 JMT 때는 미쳐 체력훈련을 하지 못해서 완주를 못했기 때문에

이번에는 일찌기 3월 24일부터 체력훈련에 들어갔다. 

초기에는 백산을 여러번 올랐고, 그 이후 20여개의 산을 올랐고, 광안리해변조깅을 3회 왕복으로 끌어올리는 등,

제법 많은 체력훈련을 하여서 체력이 상당히 업그레이드 된 것 같다.

지금은, 어쩌면 내가 20세 때 체력의 두배 정도는 되지 않을까 한다. 그때는 운동이라고는 전혀 몰랐었다.

 

다가오는 9월이면 클래식기타를 시작한지 3년이 된다.

그동안 연습을 하느라고 압박을 많이도 받았다.

현자들은 릴렉스한 삶을 가르치지만, 과연 그것이 옳은 가르침일까?

사람들은 자신이 견딜만큼 고생을 자초하면서 사는 것이 아닐까?

깨달음을 얻어서 산속에서 홀로 사는 것이 과연 좋은 것일까?

내가 깨달아 보지 않아서 무어라고 말할 수는 없지만 나는 결코 그렇게 하면서

1회뿐인 삶을 낭비하고 싶지는 않다. 

내세가 있지 않으냐고? 그렇다면 윤회를 끝내야 한다는 말은 무슨 말인가?

 

세상 모든 것이 파동이다. 입자자체도 파동인 것으로 보인다.

그렇듯이 인생도 골과 마루로 이루어진 파동이다. 긴장과 이완의 반복이다.

인간이란 동물은 긴장을 위해서 러시안룰렛도 마다하지 않는 동물이지 아니한가.

올림픽에서 금메달을 목에 걸고 기쁨의 눈물을 흘리는 것도 긴 세월의 긴장에서

급작스런 극도의 이완으로 이동하면서 발생하는 눈물이 아닐까 한다.

 

내 나이 70에 무슨 깨달음을 얻을 수 있겠는가.

그것은 내가 인정하지 않는 전생의 업으로 결정되어 있을 터인데.

많은 유튜버들이 깨달음을 주제로 말들을 널어놓고 있어서 귀를 솔깃하여 들어보면 말잔치에 불과하다. 

나는 이제 깨달음조차 믿기지 않는다. 여우의 신포도인가?

내가 그 경지를 어찌 알 수 있을까마는, 붓다처럼 제자들을 앉혀 놓고 설법을 하고

바루를 들고 구걸하면서 살고 싶지는 않다.

붓다도 결국은 대중들에게 연꽃을 내보이면서 입을 닫아버렸지 않은가.

 

머리속에 모든 것을 훌훌 털어버리고 여행을 떠나자.

그러나 털어버리지 못하는 것이 하나 있다.

멋진 내 손자 박찬이다. 그리고 또 하나 있지? 

이쁜이 박솔향! 근데 요즘 할아버지한테 말을 걸어주지 않아서 좀 섭섭하다.

솔향아, 찬아, 할아버지 잘 다녀 오마!

 

 

 

 

 

잠자는 백설왕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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