끄적거림 61

내가 머물 곳

돌아오라, 봄이 오고 있다.그곳 바깥에서 기웃거려 봐야 무엇을 찾을 수 있을 것인가.언제 한번 제대로 꽃이라도 피었던 적이 있었던가.다툼만이 일어나고 소음이 난무하는 그곳이 조용할 날이 있는가.내밀한 이곳만이 내가 쉴 곳이라. 언제나 평화로운 기운이 감도는 곳.봄, 여름, 가을, 겨울, 아름다운 계절이 풍경화를 그려내고,가슴 적시는 음악이 언제나 내곁에서 나를 위무하는 이곳이 바로 내가 머물곳이러니.모든 것을 뒤로 하고, 더 늦기 전에 돌아오라, 돌아오라.

끄적거림 2025.03.22

다리위의 개

드디어 이쪽 강둑에 홀로 서게된 개 한마리는 다리위를 걸어서 지나게 되었다.그렇게 다리위를 지나가다가 이곳저곳 수면에 비친 여러 개들의 모습을 보고짖어대면서 지나갔다. 그러다가 어느듯 세월이 흘러 반대측 강둑에 도착하고서야물위에 비친 개들이 바로 자신이었다는 것을 알아차렸다. 아름다웠던 강변주위 풍경을 즐기지 못하고 수면에 비친이그러진 세상을 짖어대면서 세월을 헛보낸 것이 참으로 후회스러웠지만이미 다리위를 지난 상태였고, 사위는 점점 어두워지고 있었다.어둠속에서 홀로 컹컹 짖어대어 보았지만 아무 소용없는 일이었다.

끄적거림 2025.03.08

희수

희수의 나이를 넘어서 벌써 3년째를 맞았습니다.옛날로 치면 희귀할 정도로 오래 살았습니다.이제 세상과의 인연을 끊을 때가 되었습니다. 사실로 말하면나는 이미 세상과의 연결고리는 끊어졌다고 말해도 큰 실수는 아닙니다.이제 남은 연결고리는 내가 가지고 있는 사회에 관한 관념, 개념, 이념 정도입니다.그러한 것들은 나의 생각일 뿐이고, 생각은 일종의 환영입니다.이제 그런 환영을 버리고 세상을 있는 그대로 보면서 살아야겠습니다.말하자면, 무념으로 살아가는 것이지요. 아마도텅 빈다는 말은 이런것을 두고 하는 말이겠지요.그러면 사실상 이 세상과도 완전히 결별하는 셈이 됩니다.덧없는 세상과 더불어서 살 이유가 없는 나이가 된 것입니다.영화 '흐르는 강물처럼(A river runs through it)'이 생각납니다.

끄적거림 2024.04.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