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펜하겐5(Copenhagen)
여행은 견문을 넓힌다고는 하나, 이 나이가 되고보면 여행중에 무엇인가를 배울 것은 없다. 반대로 이제는 책이나 타인으로부터 배운 모든 것을 잊어버려야 할 나이이다. 내가 유일하게 의미있게 본 현대비디오미술이 하나 있다. 그것은 튤립꽃에 흰색페인트를 칠하는 것을 촬영해서, 그것을 거꾸로 돌림으로써 붓질을 함에 따라서 점차 흰색페인트가 지워져서 본래의 싱싱한 튜립꽃이 되살아 나는 동영상이었다. 수체화에는 마이너스 기법이라는 것이 있다. 화지에 칠한 수채물감을 닦아냄으로써 깊은 맛이 나타나도록 하는 기법이다. 내 삶에도 마이너스 기법을 적용하기 시작한 것이 어언 15년이 넘었지만, 아직도 지워야 할 색이 너무 짙게 배여 있는가 보다. 인간이 제아무리 고상한 이상을 머리속에 간직한다 해도 그것은 페인트칠에 불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