잡글 156

나는 누구인가

지난달에 중국 청두 항공권을 발권받았다. 이번 만큼 가기가 싫어지는 경우는 예전에는 없었다. 한달 정도는 우습게 여겼던 내가 아니든가. 아무튼 비겁하게 물러설 수는 없다. 이번에 철회하면 앞으로 해외여행 하기가 더욱 어려워질 것이기 때문이다. 그대는 누구이길레 두려워하는가! 그대는 누구이길레 괴로워하는가! 그대는 누구이길레 슬퍼하는가! 대관절 그대는 누구인가! I am Nothingness, Nothingness am I 색즉시공, 공시즉색

잡글 2024.04.17

클래식기타

내가 해본 유일한 악기가 클래식기타다. 작심하고 시작해서 레슨을 받은 지가 4년 반이 넘었다. 해본 결과 ,이것은 나이가 들어서 취미로 하는 것은 권하지 않는다. 취미로서는 턱없이 많은 시간과 노력을 요구한다. 클래식기타는 이혼할 수 없다면 버릴 수 없는 악처가 되고 만다. 그러면 젊어서 시작하면 어떤가? 그것 또한 프로가 되기 위한 것이 아닌 이상 소중한 젊음을 바치기에는 턱없이 많은 시간과 노력이 들어간다. 클래식기타는 손대지 않는 것이 좋다, 빛좋은 개살구다.

잡글 2024.04.12

性理學

내가 알고 있는 性理는 天理의 다른 이름이다. 말하자면, 성리학은 우주만물의 이치와 질서를 궁구하는 학문이었다. 서양의 학자들이 망원경과 수학으로써 만물을 연구할 때에 조선의 선비들은 눈을 감고 자신의 생각으로써 만물을 궁구하려고 하였다. 서양의 학자들이 국가와 사회를 관찰해서 질서를 찾으려고 할 때에 조선의 선비들은 자신의 의지대로 질서를 세우려고 하였다. 조선의 선비들은 참으로 대(?)단(?)한 자들이었다. 그들이 할 수 있었던 일은 말다툼, 좋은 말로 하면 논쟁밖에 없었다. 그러면서 밥 먹을 때와 글 쓸 때 외에는 손도 까딱하지 않는 불한당이었다. 이씨조선의 선비들이 성리학을 궁구했던 것은 노예국가의 질서를 확립해서 지배계층의 권위를 확고히 하려 했던 것이 전부다. 그래서 망해도 몇번이나 망했어야 ..

잡글 2024.03.22

인생의 위대한 실패자 알렉산더

알렉산더는 승승장구 하면서 인도의 펀잡지방까지 진군했으나 그것이 무슨 소용 있었으랴. 전장에서 지친 휘하 장군들은 고국 그리스로 회군할 것을 요구하였다. 부하들의 요구를 거절할 수 없었던 알렉산더는 전쟁의 허무함을 술로써 달래다가 알콜중독이 되었다. 매번 전투에서 승리만 거듭했지만 펀잡에 도달했을 때는 이미 그리스를 떠날 때의 병사는 단 20%밖에 남아 있지 않았다. 그는 되돌아오는 도중에 사망하고 말았는데 그것은 자신을 위해서 다행이었다. 무슨 낮짝으로 사망한 80% 병사의 부모, 처자식 얼굴을 대면할 것인가! 그 가족들에게 전리품을 산더미 같이 던져주어도 그 원망을 어떻게 지울 수 있으랴. 그는 위인일지는 모르나 위대한 악마에 불과했다.

잡글 2024.03.17

알렉산더와 자유

사람들은, 자유는 주어지기만 하면 누구나 향유할 수 있다고 믿는다. 많은 사람들이 돈과 시간만 있으면 그 따위 자유는 얼마든지 누릴 수 있다고 믿는다. 그러나 천만의 말씀이다. 돈과 시간이 풍족한 사람들의 삶을 들여다 보면 알 수 있는 일이다. 큰 집에 살고, 좋은 승용차를 타고, 맛있는 음식을 먹으면서 사는 것이 자유롭다고 여긴다면, 그 사람은 자유를 누릴 능력이 부족한 사람이다. 진정으로 자유를 누릴 수 있는 능력자는 돈과 시간에 관계없이 자유를 누린다. 동냥그릇을 들고 다니는 디오니게스도 자유를 누렸다. 하지만 알렉산드 대왕에게는 그것이 불가능했다. 그는 알콜중독으로 33세에 요절하였고, 그의 꿈은 산산히 부서지고 말았다. 허무한 인생, 그는 술에 의존해야만 했다. 그는 죽으면서 이렇게 유언을 남겼..

잡글 2024.03.17

나무와 숲과 산

좋은 산은 어떤 산일까? 좋은 산이란, 산속이 아름다운 산이라기 보다는 산에 올랐을 때 원경이 아름다운 광활한 산이다. 숲만 보고 산을 보지 못한다는 말이 있지만, 더 중요한 것은 산에 올랐을 때의 광할한 원경이다. 사람들이 높은 산을 찾는 것도 이와 같은 이유일 것이다. 나는 뉴질랜드의 통가리로 국립공원의 루아페후산을 오르면서 의아스러워했다. 이게 무슨 국립공원인가 하고. 그러나 산에 올라가서 보니 그게 아니었다. 멀리 보이는 원경이 매우 빼어났다. 내가 설악산보다 지리산을 더 좋아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사람들 중에는 사물에 현미경을 갖다 대고 보는 이도 있고, 반대로 멀리 떨어져서 보는 사람도 있다. 사물의 진실을 알려면 멀리 떨어져서 볼 수록 좋다. 가까이서 본다는 것은 관경으로 본다는 것이고 ..

잡글 2024.03.15

한국과 일본의 다른 점

정유재란 때,1598년 9월에 일본에 붙잡혀 끌려가서 1600년 5월에 풀려나 귀국했던 조선선비 강향은 그의 '간양록'에 이렇게 기술하고 있다. 왜놈의 성질이 신기한 것을 좋아하고 외교를 좋아하여 먼나라 외국과 통상하는 것을 훌륭한 일로 여기니 외국 상선이 와도 반드시 사신행차라고 합니다. 왜경(교토)에서는 남만(네델란드) 사신이 왔다고 왁자하게 전하는 소리를 거의 날마다 들을 수 있으니 그들은 온 나라가 좋은 이야깃거리로 삼습니다. 먼 데서 온 외국 사람을 왜졸이 해치기라도 하면 그들과의 길이 끊어질까 하여 반드시 가해자의 삼족을 멸한다고 합니다. 지난해에 외국상선을 강탈한 사건이 있었는데, 도쿠가와 이에야스에 보고하여 가해자들을 잡아다가 모두 목을 베어 매달고 훔친 물건은 주인에게 돌려주었습니다. 천..

잡글 2024.03.13

이씨조선 왕조와 좌파

임진왜란이 일어나자 선조는 서울을 비워두고 의주로 달아나서 명나라에 망명을 요청했으니 거절당했다. 비워진 경복궁은 백성들의 원한으로 불태워지고, 일본군은 조선백성들로부터 쌀밥을 얻어먹었다고 한다. 수많은 백성들이 죽임을 당하고, 포승줄에 묶여서 일본으로 끌려갔다. 선조는 서울로 돌아와서 조선백성의 인명피해를 조사나 했을까? 아직 들어본 적이 없다. 그것을 조사하는 것은 선조 자신의 치부를 들추어내는 것이었을 테니까. 다만, 일본으로 잡혀간 백성이 10만명 쯤인 것으로 추산되고 있다. 일본군으 5만명 정도가 사망했다고 하는데 전투에서 죽은 군인은 얼마되지 않고 대부분은 병사하거나, 아사하거나, 얼어서 죽었다고 한다. 학교에서 국사시간에 선조를 비난하는 내용을 들어본 적이 없고, 왜군만 욕을 해대는 어리석고..

잡글 2024.03.06

군대폭력

노일전쟁의 종군기자였던 잭 런던의 말이다. '서울에 살고 있는, 독일군인이었던 원치 박사는 일본군 장교들이 소리 없이 명령을 내리는 것에 감탄했다. 그가 말하는 것처럼 그들은 정말 거의 소리를 내지 않는다. 일본군 병사는 아무 명령도 받지 않고 훈련을 한다. 서양의 병사들에게 습관화된 고함이 이곳에서는 들리지 않는다.' 나는 군복무를 하고 있을 때 군대내부의 고참이 졸병들에게 가하는 습관적 폭력이 일본군으로부터 물려 받은 것이라고 여겼다. 그도 그럴 것이 일본군은 언제나 화를 내면서 총칼을 휘두르는 모습의 그림만 보았기 때문이다. 알고보니 그게 아니었다. 구한말 외국인 기록을 보면 밤마다 관가를 지나가면 비명소리가 들린다고 했다. 관리가 돈이 조금 생겼다고 여겨지는 놈을 끌어다가 매 타작을 하는 것이었다..

잡글 2024.03.0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