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상 107

퇴임사

나는 나이 54세가 되든 해, 2006도에 학교를 퇴임하였다. 나는 그 자리가 퇴임자들을 위한 자리인 줄도 모르고 참석하였으므로 아무런 퇴임사를 준비하지 않은 채 단상에 섰다. 나는 여느 사람들처럼 의례적인 죽은 말을 남기고 싶지 않았다. 그래서 이런 말을 남겼다. "여기서 이런 말을 해도 되는지 모르겠습니다만, 사람은 행복할 수밖에 없는 존재입니다. 스스로 불행을 자초하지 않는 한! 사람은 자유로울 수밖에 없는 존재입니다. 자기 스스로를 구속하지 않는 한! 명예퇴임의 기회를 만들어 주신 학장님께 감사드립니다.. 고맙습니다, 감사합니다." 내가 젊었을 때 그토록 괴로워했던 것은 바로 그 행복과 자유였습니다. 나는 29세가 되든 해에 사우디아라비아에서 귀국하면서 비행기 창밖으로 행복이라는 단어를 내던져 버..

단상 2023.12.14

침묵과 코스모스

피타코라스는 우주는 코스모스라 했다. 코스모스는 질서, 리듬, 조화를 의미한다. 그래서 사람들은 우주는 법칙에 따라서 움직인다고 말한다. 이를테면, 뉴턴의 중력의 법칙이나 아인슈타인의 상대성이론 같은 것들이다. 그러나 나에게 있어서, 우주가 코스모스인 것은 우주는 말이 없기 때문이다. 즉 우주는 침묵이기 때문에 코스모스인 것이다. 나에게 있어서 모든 법칙은 시끄러운 어떤것일 뿐이다. 홀로 밤하늘의 은하수를 쳐다보라.

단상 2023.09.30

인류의 불행

인류는 본래 땅과 바람과 하늘을 먹고 살았다. 그러던 인류가 점진적으로 문명화되면서 언어, 즉 말을 먹고 살게 되었다. 그것이 인류가 점차 불행해진 이유다. 그 이후 현대에 들어서, 사람들은 영상물(영화, TV, PC, 모바일폰)을 먹고 살게 됨으로써 땅과 바람과 하늘과는 단절되어서 삶이 아무짝에도 쓸모없게 되어버렸고, 쓸모없게 되어버린 삶이 고무줄처럼 팽팽히 늘어지기만 하였다. 예전에는 출산율이 7~8명이던 것이 0.7명으로 줄어들었다. 사람들은 이 원인으로서 과도한 양육비와 교육비를 들먹이지만 본원적으로는 삶이 아무 의미가 없다는 것을 무의식으로 느끼기 때문이다. 국가에서 양육비와 교육비를 무한정 지원해 보면 알 수 있게 될 것이다. 현시대에는 생명만 있고 진실한 삶이 사라졌고, 종래에는 인류도 사라..

단상 2023.09.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