침묵으로 가는 길

무아

박희욱 2011. 6. 24. 08:57

싯다르타는 장차 나라를 다스려야 할 왕자였다.

그는 나라를 다스리기 위해서는 세상을 알아야 했고,

세상을 알기 위해서는 삶을 알아야 했다.

 

또한, 삶을 알기 위해서는 삶의 주체인 나를 알지 않고서는 삶을 알 수 없었다.

그래서 그는 나를 알기 위하여 모든 것을 뒤로하고 야밤에 먼 곳으로 떠났다.

가까운 곳에서는 자신을 볼 수가 없기 때문이다.

 

그리하여 오랜 탐구 끝에 나라는 것이 하나의 실체가 아니라,

공허한 하나의 관념에 불과하다는 것을 깨달았다.

즉, 무아를 깨달은 것이다.

 

무아를 깨닫고 보니 나가 사라지고,

나가 사라지고 나니 삶이 사라지고,

삶이 사라지고 나니 세상도 사라졌다.

 

그에게는 모든 것이 사라지고 왕궁으로 되돌아갈 나마저 사라져버렸다.

그 나와 함께 모든 것이 사라진 후에 새로운 가 다시 태어났다.

가 無我이며, 예수가 말한 새로 태어난 영원불멸1의 어린아이이다.

 

색즉시공, 공즉시색

 

  1. 영원불멸은 영원히 멸하지 않는다는 뜻이 아니라, 시간과 공간을 초월한다는 말이다. [본문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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