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가 태어나 성장하면서 이런저런 관념과 개념이 생기고,
그것은 관념어와 개념어로 되어서 대뇌에 수북히 저장된다. 그러다가 더욱 성장하여서
정점에 도달하면 그런 관념어와 개념어가 점차 힘을 잃고 스러져 가고, 마침내
산을 오르면 내려와야 하듯이, 그런것들이 모두 사라진 텅빔만 남는다.
그때 비로소 세상을 있는 그대로 볼 수 있게 된다. 다시 말하면,
그때 비로소 말없이 세상을 관조할 수 있는 것이다.
소크라테스가 자신은 아무것도 모른다고 한 것은 바로 관념어와 개념어가
사라졌다는 말이며, 붓다가 임종을 앞두고 자신은 아무말도 하지 않았다고 한 것도
그런 관념어와 개념어를 내버렸다는 말에 다름 아니다.
노자가 道法自然이라고 한 것도 자연에는 아무런 관념과 개념이 없기 때문이다.
그런 관념어와 개념어에 함몰되어 있는 철학자는 절대로 깨달을 수 없다.
붓다, 노자, 예수는 철학자일 수가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