침묵으로 가는 길

인생은 일장춘몽

박희욱 2010. 9. 5. 14:31

자전거를 타고 가다가 테니스장 옆으로 지나가게 되었다

나도 20년 동안이나 테니스를 즐긴 사람이라 자전거를 옆에 세워두고서

테니스를 하던 사람들과 벤치에 앉아서 잠시 대화를 나누었다

 

그런 연후에 일어나서 자전거를 타려니까 자전거 안장이 몹시 높아져 있었다

그러나 대수롭지 않게 생각하고 자잔거에 올라앉아 출발하려는데

키가 2m쯤이나 되어 보이는 거한이 삐뚤어진 이빨을 내보이며 희죽이 웃고 있었다

 

조금 달리다가 페달이 좀 이상하게 느껴져서 살펴보니 페달이 무엇인가에 강하게 받혀서 구부려져 있었다

또 조금 달리다가 자전거가 잘 나가지 않아서 살펴보니 프레임이 약간 비틀려 있었다

또 조금 더 달리다가 핸들 조향이 되지 않아서 살펴보니 핸들조차도 비틀려 있었다

 

그제서야 나는 알아차렸다

아까 희죽이 웃던 그 녀석이 내 자전거를 타보다가

어딘가에 쳐박은 것이 분명했다

 

나는 그 녀석이 괘심했다

쳐박았으면 쳐박았다고 솔직히 말을 해야지!

화가나서 단 몇푼이라도 물러러 가야겠다고 생각했다

 

그러다가 께어보니 나는 잠을 자고 있었던 것이다. 그러나 아무리 그래도 그렇지!

그 놈은 비록 돈이 별로 없어 보였지만 몇푼이라도 배상을 받은 다음에

거기에 내 돈을 조금 보태서 이번에는 조금 더 좋은 XTR급자전거1를 장만해야겠다2

 

  1. 평소에 나는 LX급 자전거면 충분하다고 말하곤 했다. [본문으로]
  2. 사람들은 꿈을 생시처럼 느끼고,생시를 꿈처럼 산다. 인생이 생신지 꿈인지 모르겠다. [본문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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