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롤로그
일찌기 제주도 올레길을 걸어보려는 생각은 없었고 다만, 언젠가는 자전거로 달려보겠다는 마음은 있었다.
그런데 갑작스럽게 올레길을 가게 된 것은 과연 내가 미국 시에라네바다 산맥의 존뮤어트레일을 트레킹할 수 있는지 테스트를 해봐야겠다는 생각에서였다.
존뮤어 트레일을 가려면 최소한 18kg을 지고서 7일 정도는 버틸 수 있어야 한다.
집을 나설 때는 배낭무게가 15kg이었는데 제주도에 도착하여 음식물을 조금 더 구입해서 챙겨 넣고나니 근 18kg에 육박하였다.
출발하기 전에 12kg 정도로 며칠 동안 광안리에 다녀오는 연습을 하였지만 18kg은 장난이 아니었다.
첫쨋날은 2시간만 걸었고, 둘쨋날은 무릅에 조금 무리가 왔다. 자칫하면 무릅에 문제가 발생할 것 같아 겁이 나서 5시간만 걷고 그만 두었다.
세쨋날은 무릅보호대를 해서인지 무릅에 이상은 없었고, 그 이후 고관절에 미약한 통증이 발생하기도 하고,
왼쪽 엄지발가락에 통증이 생기기도 했지만 곧 사라졌다.
네쨋날은 무릅에 갑작스런 큰 하중의 부담을 피하기 위하여 배낭을 벗어놓고 한라산 등산을 하였다.
테스트의 결과는 존뮤어트레일에 도전해 볼 수는 있을 것 같았지만 그러기 위해서는 시행하기 전에 좀 더 훈련을 해야 할 것 같다.
이제부터 존뮤어트레일을 가기 위해서 면밀히 준비해서 퍼밋을 받을 수 있도록 해야겠다, 쉽지 않은 일이지만.
이번 제주도 여행에서 야영을 하는 사람은 아무도 보지 못했고, 텐트 하나도 발견하지 못했다.
사실, 2만원이면 게스트하우스에 잘 수 있는데 사람들은 무거운 배낭을 짊어지고 다니면서 굳이 불편한 야영을 할 필요는 없을 것이다.
그러나 내가 다시 제주도 올레길을 간다면, 한 곳에 텐트를 쳐서 근거지를 마련하고 편리한 버스를 타고 다니면서 매일 올레길을 이동하면서 걸었으면 한다.
야영은 불편하긴 해도 도미토리룸보다는 그만큼 자유스럽고 그 나름대로의 즐거움이 있다. 나는 아무레도 홀로가 편한 사람인가 보다.
제주도에는 야영할 장소는 많이 있었다. 다만, 적제적소에 야영할만한 장소와 맞딱뜨릴 수 있는지는 확신할 수 없다.
이번 올레길에서 어떤 젊은이를 만났는데, 그는 자신의 배낭무게가 20kg이었는데,
무릅에 문제가 발생하여 배낭을 벗어놓고서 버스를 이용하여 다닌다고 하였다.
1주일 이상 지나고 나니 무릅의 통증이 많이 풀렸다고 했다.
제주도의 올레길을 걸어보니 좋은 곳은 많지만 특별히 빼어난 곳은 없어 보였다. 하지만 그저 평범한 그런 아름다움이 좋다.
나이가 들수록 더욱 그렇다. 화려한 아름다움은 쉽게 식상하다. 부산 광안리의 화려한 불꽃쇼가 그렇고, 얼마전에 올랐던 화려한 설악산의 가을이 그랬다.
이제는 이름도 잊어버린 돌아가신 수채화가 황선생님의 그림이 생각난다. 그분의 그림을 처음 보았을 때는 마치 얼치기 중학생이 그린 그림 같이 보였다.
그림을 뭐 그렇게 그리고 계시나 하고 생각했는데, 어느새 나도 모르게 좋아지게 된 나를 발견하였다.
붓질하는 손놀림을 보면 촌스럽기 짝이 없고 그림도 마찬가지였다.
미술평론가인 어느 친구가 황선생님이 돌아가시기 전에 그림 한 점을 사두었어야 했다고 후회하였는데 나도 마찬가지다.
미술의 모든 명작에 공통점이 있다고 한다면 시대에 관계없이 세월이 아무리 흘러도 아름다움이 변치 않는다는 것이다.
생각해보면 미술만 그러한가, 음악도 그렇고, 사람도 그렇지 않겠는가!
또, 이번 제주도에서 올레길을 모두 완주했다는, 인천에 사신다는 어떤 노부부를 만났다.
10번에 걸쳐서 26개 올레길을 모두 돌고, 이번에는 올레길축제에 올레길완주자클럽회원들과의 회동을 위해서 왔다고 했다.
그동안 소비한 돈이 800만원이라고 해서 내가 놀라니까 그 분은 그 돈으로 유럽여행을 가는 것보다는 낫다고 말씀하셨다.
그리고, 제주도는 여행하기는 좋지만 여기서 살기에는 날씨가 좋지 못하고 물가가 육지의 근 2배나 된다고 하는데 사실인지는 모르겠다.
제주도는 제주도가 세계7대경관을 가진 섬이라고 캐치프레이즈를 내걸고 있다.
사실, 여기에 콧웃슴을 치는 사람이 많을 것이고 나 또한 예외는 아니었다.
세계는 넓고, 넓은 많큼 놀라운 곳도 너무 많다.
사실, 윗세오름 주변의 풍경을 보면 세계 어디에 내놓아도 손색이 없다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하지만, 세계7대경관이라니?
그런데 이번에 재주도 올레길을 걸어 보면서 생각해보니 그렇게 조금 허풍을 떨어도 애교로 보아넘길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번에 올레길 12번에서 6번 일부까지, 올레길 1번, 그리고 5번에서 6번 초입까지를 걸었다.
1번과 6번은 시간이 부족하여 완주하지는 못했고, 올레12번에서는 표지판을 놓침으로써 질러가기도 하였다.
내가 역주행을 해서 그런지 일부 표식이 부실한 곳이 있었고,
안내지도판을 많이 설치하여 트레커가 수시로 자신의 위치를 확인할 수 있도록 했으면 하는 아쉬움이 있었다.
요즘은 모두가 휴대폰 네비게이션을 가지고 다니니까 데이터 사용을 꺼려하는 나같은 사람이나 하는 불평인지 모르겠다.
이번 8박 중에서 4박은 무료 야영, 3박은 1박에 2만원 짜리 게스트하우스, 1박은 3만원 짜리 사우나 민박(사실은 모텔)을 이용하였다.
식사는 매식은 13,000원 짜리 전복뚝배기, 8,000원 짜리 오한칼국수와 볶음밥, 5,000원짜리 손수재비 2번이 전부인 것 같고,
그 외는 전부 취사를 하였다. 여행길에서 뭐가 그렇게 궁상스런 식사냐고 힐난 받을 만하다.
돈도 아까운 것은 사실이지만, 혼자서 식당에서 맛있는 거 먹어봐야 제대로 맛이 나지 않는다, 여럿이 함께 먹어야 맛이 나지.
게다가 시간이 많이 남아 도는데 텐트안에서 혼자 무얼 하겠는가. 시간이 많이 남아돈다고 해서 계속 걸을 수는 없지 않은가.
그래서 취사를 하는데, 홀로 취사하는 보람도 무시할 수는 없다.
남이 해주는 밥은 불평이 있을 수 있어도 자신이 해먹는 밥은 불평이 있을 수 없다.
밥하는데는 나는 도사다. 백발백중이다, 실패하는 일이 없는 것이 내 자랑이다.
내 텐트의 식탁을 보면 밥, 새우매운탕, 김치, 낙지젓갈, 스팸, 멸치볶음, 풋고추, 고추장 등인데, 이 정도만 해도 밥이 너무 잘 넘어간다.
라면을 끓여먹는 경우도 있는데, 이때는 야영장에서가 아니고 이동중일 때 뿐이다.
주류도 빠질 수 없는데, 맥주, 와인, 복분자 등인데 너무너무 맛있다!
마주앙레드 파우치를 발견하였는데 250ml에 3천원! 1리터면 1만2천원이라는 얘긴데, 이거 맛이 일품이었다.
나의 애용주가 될 것 같다.
교통비는 제주도 들어가는 항공권이 4만8천원, 되돌아오는 항공권이 3만9천원이고,
제주도에서 9번 버스를 이용하였는데, 제주도에서 아무리 멀리가도 버스비는 3천8백원을 넘지 않는다.
이렇게 해서 8박9일의 여행을 아주 저렴한 비용으로 마칠 수 있었고,
마지막날 성산에서 제주시로 돌아오는 버스에 홀로 앉아서 웃었다. "우히히히!"
이제는 제주도 놀러가는데 아무런 부담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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