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야기

박정희와 전두환

박희욱 2016. 11. 11. 10:32

<박정희와 전두환>


나는 지금도 어서 빨리 죽어버리기를 고대하는 사람이 한 사람 있다.

북쪽에 있는 사람이다.


나는 과거에 대갈통에 총알이 박히기를 고대했던 사람이 둘 있었다.

하나는 박정희이고, 하나는 전두환이었다.

박정희가 살해당하자 나는 드디어 고대하던 봄이 왔다고 기뻐했다.

그의 죽음에 숙연해 하는 사회분위기가 무척 못마땅했다.

그리고 전두환이가 수갑을 차자 나는 쾌재를 부르면서 그의 목에 밧줄이 걸리기를 기대했다.

그러나 나의 기대와는 달리 잘 살고 있다. 이제는 그는 그의 역할을 했다는 것을 알고 있다.

어찌 알았나 하면 현 정치인들이 그 사실을 알려주고 있다.


철이 없었던 나는 조선일보 논술위원이던 선우 휘 선생께 분노의 편지를 보낸 적이 있었다.

유신선포에 격분하여 시위에 동참했다가 비겁하지 않으려고 우물쭈물 하다가 진압경찰에 체포당하기도 했다.

그런 내가 어찌 선우 휘 선생의 논설에 격분하지 않을 수 있었겠는가.

그러나 이제는 저 하늘에 계시는 선생께 사과의 편지를  띄워야 할지 모르겠다.


어린 나는 독이면 독이고, 약이면 약이라고 믿었다.

검은고양이 따로 있고, 흰고양이 따로 있는 줄 알았다.

꿩은 반드시 매가 잡아야 된다고 믿었다.

나는 철이 없었던지 머리가 대단히 나빴던 것이다.

이제 겨우 생각으로써가 아니라 눈으로써 사물을 보게 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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