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미에 여행을 갔을 때 거기서 만났던, 아직도 젊은 어느 미국교민이
서울의 지하철에서 노인들한테 좌석을 양보하지 않는 젊은이들의 태도에 크게 실망했다고 내게 털어놓았던 일이 기억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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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는 덴마크에서 2년여에 걸친 자전거여행 끝에 부산에 도착한 어느 부부를 황령산 봉수대로 안내한 다음에
우리집으로 돌아오면서 지하철을 탔다.
지하철에 타고 보니 좌석이 2개 남아 있었는데, 하나는 그 부인이 앉도록 하고 나머니 하나는 그 남편에게 앉으라고 했더니
내가 1살 더 많으니 나더러 앉으라고 하는 것이었다.
이렇게 서로 양보하고 있자니 어느 젊은이가 벌떡 일어나서 자리를 양보하는 것이었다.
그런데 얼굴을 쳐다보니 놀랍게도 그는 서양 젊은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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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의 한국 매스컴은 노인들의 실수들을 열심히 보도하면서 마치 노인들을 청산해야 할 고물딱지라는 이미지를 젊은이들에 덧쒸우려고 하지 않나 하는 의심이 간다.
노인들은 청산해야 할 대상이듯이 보수 또한 그런 청산대상에 불과하다는 프로파간다를 행하고 있는 것이 아닐까?
내가 너무 과민한 탓인가?
아무튼 우리는 젊은 세대들에게는 이른 시간내에 사라져야 할, 더 이상 살 가치가 없는 존재로 비춰지는 것 같다.
예전에 우리가 자랑했던 경노사상은 이미 빛이 바래져서 서양인들보다 못한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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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덴마크 부부는 자전거를 우리집에 맡기고 며칠 전에 태어난 손자와 한 달 후에 태어날 손녀를 보기 위해서 오는 9일에 덴마크로 일시 귀국한다.
세상에는 진짜로 대단한 사람들이 많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