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서점에서 마르쿠스 아우렐리우스의 <명상록>을 샀다.
아니나 다를까 집에 돌아오니 1997년도에 구입한 다른 번역의 <명상록>이 있었고,
거기에는 많은 곳에 밑줄이 쳐져 있었는데,
그 중에서 제4권 47절에는 다음과 같은 글귀가 있었다.
'만약 신이, 당신은 내일 아니면 모레 죽을 것이라고 말한다면,
당신이 어리석은 사람이 아니라면 당신은 내일 죽던 모레 죽던 별 차이가 없다고 말할 것이다.
이와 마찬가지로 내일이 아니라 몇십 년 후에 죽더라도 큰 차이는 없는 것이다.'
그 당시에 내가 어떻게 생각했는지 기억에 없지만,
지금은 큰 차이가 아니라 아예 차이가 없다고 생각한다.
아우렐리우스는 로마 황제로서 조금이나마 할 일이 더 남았던 모양이다.
시간은 사람들의 관념에 깊게 뿌리 박혀서 하나의 실재라고 여기지만,
그야말로 관념에 불과한 것이다.
그래서 천체물리학자들은 중력의 영향을 받아서
시간이 늘어나기도 하고 줄어들기도 한다는 말을 하는 것이다.
시간은 마음의 자식이다.
마음이 정지하면 시간도 정지한다.
그 마음이란 것이 곧 욕망이므로 시간, 마음, 욕망 이 또한 삼위일체이다.
실재로는 인간은 순간의 존재이다.
사람들은 순간이 쌓이면 시간이 되고, 시간이 쌓이면 영원이 된다고 여기는 모양이나
순간이 아무리 많이 쌓여도 결국 순간일 뿐이다.
사람들은 시간이라는 화살이 수많은 순간을 꽤어서 앞으로 날아간다고 여기나
실재로는 순간이나 영원이나 무시간이다.
사람들은 곧잘 나이는 숫자에 불과하다고 말하지만,
옳은 말이기는 하나 진실된 것은 아니다.
옳다는 것은 그것이 진실된 말이기 때문이고,
진실된 것이 아니라고 하는 것은,
그렇게 말하는 사람의 마음에는 욕망이 더 남아 있다는 의미를 내포하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