침묵으로 가는 길

철새들

박희욱 2021. 5. 5. 06:24

철새들처럼 무리지어서 날아다니지 마라

 

무리지어서 다니면 네가 먹고싶은 먹이를 먹을 수도 없고,

 

무리수만큼 나눠서 먹어야 하므로 네 모가치도 줄어들고,

 

무리들과 먹이를 놓고 다투느라 먹이를 즐길 수도 없다

 

 

철새들처럼 무리지어서 날아다니지 마라

 

몰려다니면 네가 가고싶은 곳으로 날아갈 수도 없고

 

네가 날고 싶을 때 날 수도 없고, 네가 쉬고 싶을 때 쉴 수도 없다

 

병사들의 분열식처럼 발맞추어서 날개짓하지 마라

 

 

철새들처럼 무리지어서 계절에 따라 이동하지 마라

 

몰려서 이동하면 평생을 동일한 코스로 이동해야만 할 것이다

 

동일한 코스를 반복해서 이동하는 것은 다람쥐 쳇바퀴 돌리기식이다

 

다른 철새들처럼 계절에 맞추지 말고 홀로 이동하라

 

 

사람들은 철새들처럼 무리지어서 살기를 좋아한다

 

홀로 사는 것은 외롭기도 하고 위험하기도 하지만 무리지어서 살면 안전하기도 하고,

 

자신이 가는 길에 의문을 가질 필요도 없고, 회의할 필요도 없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만큼 신선한 자유를 누릴 수가 없다

 

 

언제나 무소의 뿔처럼 홀로 높이 높이 날아라, 비록

 

그러다가 태양빛에 타서 죽을 수 있을지라도

 

그렇게 죽는 것만큼 새로운 경험은 없다

 

무리들이 내뿜는 탁한 공기를 마시지 말고 신선한 공기를 홀로 마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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