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apan(日本)

홋카이도여행을 마치고

박희욱 2024. 7. 16. 06:44

 

내륙 중앙으로 올라가서 서해안쪽으로 반시계 방향으로 주행하였다.

 

김해공항에서 집으로 돌아오는 승용차에서 이번 여행이 제일 힘들었던 것 같다고 했더니, 아내는 당신은 귀국할 때마다 그렇게 말을 한다고 핀잔이다. 사실이 그랬다. 지난해 아이슬란드여행 때도 그랬고, 지난번 중국사천성 동티벳트레킹 때도 그랬고, 이번 여행 준비차 예행연습이었던 오천자전거길 & 금강자전거길 때도 그랬다. 그러나 '제일'이라는 말은 반드시 하나만 있는 것은 아니다. 아무튼 여행이 점점 힘들어지는 것 같다. 힘들다는 나의 푸념에 아우는 세월에 장사 없다고 했다. 그 말이 사실이기도 하겠지만, 나는 나의 나이이탓으로 돌리고 싶지는 않다. 

내가 장기간 힘든 여행을 하는 원동력은 여행지에 대한 경외심과 신비감이다. 이것이 두려워하면서도 여행을 떠나는이유다. 이제 지구상의 수많은 곳을 여행하고 보니 그런 경외심과 신비감이 많이 사라져버렸다. 특히, 호카이도는 우리나라와 크게 다르지 않은 자연경관이라서 흥미가 떨어지니 더욱 힘들게 느껴지는 것이다. 그래서 이번 여행은 출발 때부터 기대를 하지 않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여행을 시도한 것은 자전거여행을 하는 한국인들이 제법 있는 것 같아서였다.

홋카이도는 매우넓은 면적이라서 남한면적의 85%에 해당한다. 15일 동안 자전거여행을 하고서 홋카이도를 평한다는 것은 위험한 일인지는 몰라도 여행을 할만한, 그다지 흥미로운 곳은 아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많은 한국인들이 찾는 것 같았다. 무엇을 보러 가는지 궁금해서 공항에서 만난 어느 한국인 여행객에게 물었더니, 한 사람은 골프치러 왔다고 했고, 또 한 사람은 날씨가 좋지 않느냐는 것이었다. 여름날씨가 선선하다는 말이다. 아내도 골프치러 삿포로에 다녀왔던 적이 있다.

여행지에 대한 인상은 사람에 따라서 천차만별이다. 많은 변수가 있다. 계절 마다 다르고, 무엇을 관광했는지에 따라서 다르고, 그때의 기분에 따라서 다르고, 그 사람이 과거에 어떤 좋은 곳을 여행했는지에 따라서 다르고, 걸어서 여행을 했는지, 나처럼 자전거로 여행을 했는지, 관광버스로 했는지에 따라서도 다르다. 심지어 이탈리아 베니스를 보고도 별로 볼 것이 없다는 사람도 보았다.

비록 자전거만 타고 온 느낌이지만, 아무튼 힘든 숙제를 끝낸 느낌이다. 세상일은 아무리 힘든 일이라도 안 하는 것보다는 하는 것이 낫다. 그만큼 경험이 중요하다. 이제 관심이 있는 여행지도 별로 남지 않았다. 이탈리아의 돌로미테 트레킹, 조지아의 캅카스산맥 트레킹, 호주의 자전거여행 정도다. 

 

영국 시인 윌리엄 워즈워드는 이렇게 노래했다.

My heart leaps up when I behold a rainbow in the sky.

So was it when my life began, so is it now I am a man.

So it will be when I grow old.

Or let me die!

신비감이 사라진 삶은 죽은 삶이다.

 

날씨

기온은 자전거주행에 알맞았다고 할 수 있겠다. 라이딩 바지는 숏팬츠를 착용하였고, 날씨가 흐려서 약간 추운 듯한 경우도 한두번 있었으나 바람막이를 착용하고 보온을 하여서 문제가 없었다. 긴타이츠도 가져고 갔으나 입지 않았다. 최저기온이 13도인 날도 있었으나 보통 16도~20도가 최저기온이었고, 최고기온은 25도 정도여서 햇빛이 쨍쨍하지 않으면 더운 줄을 몰랐다. 서해안은 달릴 때는 바람이 조금 있었으나 힘들 정도로 강한 바람은 하루정도였다. 북홋카이도에서는 여러번 비가 왔으나 대부분 그냥 빗방울이 약간 떨어지는 정도였고, 안개비, 이슬비가 내리는 것이 마치 아이슬란드의 날씨는 연상케하였다. 그런 날씨가 5일 정도 계속되었다.

도로사정

중앙내륙의 교통량은 매우 적어서 자전거주행에 지장이 없었다. 서해안 도로는 내륙보다는 교통이 조금 있으나 주행에 위협을 느낄 정도는 아니었다. 왓카나이에서 데시오조까지는 기복이 완만하고 시원한 해안도로경관이 좋았다. 그 이후부터는 보통의 해안도로가 그러하듯이 기복이 심한 편이었다. 특히 마시케조에서부터 아츠타쿠까지는 하루에 근 20개의 터널을 지나야 했다. 몇몇 터널은 장장 2km를 넘는 것도 있어서 전조등, 후미 깜박이등, 그리고 안전조끼까지 완정한 장비를 하지 않으면 주행하지 않는 것이 좋다. 네이비게션에서 자전거주행을 극구 안내하지 않았던 이유를 알게 되었다. 자전거여행은 도로경관이 전부라 해도 좋은데, 이점에서 홋카이도 자전거여행은 추천하고 싶지 않다.

숙박

역시 숙박이 가장 큰 애로사항이었다. 1, 2성급 호텔은 찾기도 쉽지 않았고, 무엇보다도 모든 호텔이 만원이었다. 모두 합쳐서 대충 열댓개의 호텔을 찾아갔으나 만원사례였다. 그러니 호텔을 예약을 하지 않는 한 빈방을 찾기란 하늘의 별따기와 같다. 그리고 도시에서는, 특히 삿포로에서는 호텔 간판은 전혀 볼 수 없었다. 아마도 호텔간판은 내걸 수 없다는 조례가 있는 듯했다. 구글지도를 검색해서 저가호텔을 찾아가면 간판이 눈에띄지 않았다. 어느 곳에서는 빌딩에 들어가서 호텔을 물어서 찾아갔더니 주인도 없고, 투숙객이 하는 말이 예약이 없으면 투숙할 수 없을 거라고 했다. 모두가 예약으로 영업이 되니 굳이 주인이 호텔에 상주할 필요가 없는 것 같았다. 딱 여름 한철이 성수기인 홋카이도에서는 많은 방을 보유하는 것은 경제성이 없기 때문일 것이다.

내가 이용한 호텔은 세곳이었는데, 치토스의 퀸즈호텔은 11,530엔이었고, 사르푸츠호텔은 7,600엔으로 저렴했지만 매우 좋은 호텔이었다. 세번째는 호텔 Caress인데, 요금이 4,000엔이라 해서 왠 떡이냐 하고 입실해서 여장을 풀었는데 3시간 후에 시간이 다되었다는거였다. 말인즉슨 그 요금은 3시간 휴식요금이고, 오버나이트는 12,830이란다. 신용카드는 안되고 현금만 지불하란다. 내가 소지한 현금은 6,000엔 뿐이라고 하니까 곤란해 하면서 나머지 2,830엔은 서비스하겠다는 거였다. 그래도 캠핑장에 가는 것보다 나았던 것이 새벽1시까지 알카라스와 조코비치의 윔블던 결승경기를 볼 수 있었던 거였다. 게다가 응원했던 알카라스가 우승을 하였다.

우리의 민박에 해당하는 것이 일본에서는 민숙이다. 구글지도에 minsyuku를 검색하면 된다. 보통 4500엔~5000엔이며, 석식과 조식은 합쳐서 3,000엔 정도다. 대개 빈방이 있어서 이것을 이용할 것을 추천한다.

중앙내륙지역에는 캠핑장도 별로 없었다. 서해안 쪽에는 캠핑장도 더러 있었지만 자전거주행으로 피곤한 상태에서 캠핑을 하고 싶은 마음이 내키지 않았다. 캠핑장은 대개 무료였고, 딱 두군데, 한번은 1,000엔, 한번은 3,000엔을 지불하였다. 서양의 캠핑장과는 달리 시설이 빈약해서 식당은 물론이고 키친이나 샤워시설이 없었다. 그러다보니 몸을 딱기가 고역이었다. 자전거여행자에게는 더운물 샤워가 요긴한데 이것이 안되니 이제 일본에 자전거캠핑여행을 할 일은 없지 싶다. 

식사

계획대로 대개 편의점에서 도시락, 햄버거, 샌드위치 등으로 해결하였고, 일본에서 발견한 신라면과 너구리라면, 그리고 일본라면을 이용하였고, 댓번은 쌀로 밥을 해서 먹었다. 가져갔던 낙지뽁음은 3일 후에 변해버렸고, 역시낙지젖갈과 가죽무침은 장기간보관에 좋은 반찬이었다. 만박집에서 먹었던 쌀밥은 찬탄할만큼 좋았다. 반질반질한 것은 말할 것도 없고, 밥알형태가 그대로 보존되고 밥알끼리 서로 붙지도 않았다. 그렇다고 안량미처럼 날리는 것도 아니어서 일본의 농업기술을 인식하지 않을 수 없었다. 15일 동안 식당에서 매식한 적은 없었다. 혼자서 우두커니 앉아서 식사가 나오기를 기다리는 것이 싫어서였다.

자전거 트러블

처음 자전거를 해외에 가져갔던 것은 인도에 갈 때였다. 생초보라 자전거를 분해해서 비닐로 둘둘 말아서 비행기에 실었다. 그 이후 언제나 하드보드박스에 자전거를 넣어서 수하물로 탁송하였다. 이번에 새로 구입한 자전거가 조금 크다보니 박스가 크서 공항에 갈 때 내 승용차에 실리지 않는 것이 문제였다. 그래서 이번에는 처음으로 소프트캐링백을 이용해 보았다. 이 방법의 문제점은 뒷바퀴까지 분리해야 하고 파손의 위험이 있다는 것이다. 다행히 삿포로에 도착해서 보니 파손은 없었는데 조립하는데 너무 많은 시간이 걸리는 것이었다. 귀국할 때 자전거를 분해해서 포장하고 짐을 정리하는데 꼭 2시간이나 소요되었다. 홋카이도에 입국할 때도 시간이 지체되어서 캠핑장에 가지 못하고 호텔에 투숙하게 되었다.

인적이 없는 공항출국장 구석에서 작업하다가 경비원에게 쫓겨났다. 일본인들은 한국인과 같은 양해가 없다.

 

지금까지 자전거여행을 많이 했지만 별다는 자전거트러블은 없었는데, 이번에는 스프라켓 디레일러 3번과 4번에 트러블이 발생해서 이용하지 못했다. 또 뒷타이어 펑크가 발생했다. 대행히도 숙소에 도착해서 발생했기 때문에 별 문제가 아니라고  여겼다. 다음날 아침에 일어나서 뒷타이어를 휠에서 분리하려고 했더니 이것이 안 되는 거였다. 펑크 수리를 해본지가 너무 오래 되어서 타이어레버를 잘못 사용한 것이었다. 게다가 레버가 약해서 부러질 지경이었다. 주인에게 드라이버를 빌려서 이용하려고 해도 민박집 주인은 이미 나가버렸다. 

난감했다. 마침 동숙했던 여행자 4명이 휠을 싣고 자전거샾까지 테워주겠다고 했다. 참으로 고마웠다. 샾에서 펑크를 떼우고나서 주인은 2천엔을 요구하였다. 그리고 10km 이상 떨어진 숙소까지 태워주겠단다. 택시를 부를까 했는데 너무 고마워서 거절하는 것을 억지로 1천엔을 더 지불하였다. 

그리고, 저가항공 진에어를 이용한 것도 실수였다. 보통 탁송 수하물은 23kg짜리 1~2개이나, 진에어는 15kg짜리 1개여서 오버차지 9만원을 지불해야 했다. 기내에서도 물 한방울 서비스도 없었다. 역시 싼것이 비지떡이다. 귀구편에서는 16kg 정도 였는데 오버차지는 물지 않았다. 기내 수내화물은 한계치 약 10kg이었으니 귀국편 총중량은 26kg 정도였던 것이다.

 

자전거샾까지 태워준 여행자들

 

자전거여행자

자전거여행자는 좀처럼 눈에 띄지 않았다. 서양인 자전거여행자를 3명 만났는데 전부 여자들이었다. 한명은 손을 흔들어주고 그냥 치나쳤고, 한명은 프랑스 뚤루즈에서 왔다는데 5주간의 일본여행이라고 했다. 그녀도 대단해서 남미까지 자전거여행을 했다고 한다. 다른 한명은 호주 멜버른에서 왔는데, 홋카이도에서 오키나와까지 5개월간의 여정이라 했다. 66세인데 남편은 사별해서 굳이 집으로 돌아갈 필요가 없어서일까. 아무튼 대단한 여성임에 틀림없다. 한국에도 다녀갔다는데, 서울에서 부산까지 국토종주를 하고, 제주도의 환상자전거길도 주행했다고 한다. 

Terri Jockerst, 호주 멜버른에서 온 66세 여행자, 홋카이도에서 오키나와까지 5개월간 여행계획이란다.

 

Terri가 촬영해서 보내준 사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