따온 글

나의 애송시

박희욱 2024. 9. 21. 09:33

Nadine Stair(85세)

 

다음 번에는 더 많은 실수를 저지르리라.

긴장을 풀고 몸을 부드럽게 하리라.

이번 인생보다는 더 우둔해지리라.

가능한 한 매사를 심각하게 생각하지 않을  것이며,

보다 많은 기회를 붙잡으리라.

 

여행을 더 많이 다니고 석양을 더 자주 바라보리라.

산에도 더욱 자주 가고 강물에서 수영도 많이 하리라.

실제적인 고통은 많이 겪을 것이나 

상상 속의 고통은 가능한 한 피하리라.

 

보라, 나는 시간 시간을, 하루 하루를 

의미있고 분별있게 살아온 사람 중의 하나이다.

아, 나는 많은 순간들을 맞았으나 인생을 다시 시작한다면

나의 순간들을 더 많이 가지리라.

사실은 그러한 순간들 외에는 다른 의미없는

시간을 갖지 않도록 애쓰리라.

오랜 세월을 앞에 두고 하루 하루를 살아가는 대신

이 순간만을 맞으면서 살아가리라.

 

나는 지금까지 체온계와 보온물병, 레인코트, 우산이 없이는

어느 곳에도 갈 수 없는 그런 무리 중의 하나였다.

이제 인생을 다시 살 수 있다면 이보다

장비를 간편하게 갖추고 여행길에 나서리라.

 

내가 인생을 다시 시작 한다면

초봄부터 신발을 벗어던지고 

늦가을까지 맨발로 지내리라.

춤추는 장소에도 자주 나가리라.

회전목마도 자주 타리라.

데이지 꽃도 많이 꺾으리라.

 

*내가 애송하는 시가 있다면 바로 나딘 스테어의 이 시이다.

 류시화 시인의 잠언시집 '지금 알고 있는 걸 그때도 알았더라면'에 실려 있다.

 

오늘 새벽에도 태풍 풀라산의 영향으로 강한 비가 내리는데도

2.3km 떨어진 광안리 해변으로 조깅을 하러 자전거를 타고 달려나갔다.

비가 세차게 내려서 되돌아가려고 하다가 가볼 때까지 가보자는 심산으로 

해변에 도착하여 늘 하던 대로 조깅을 끝냈다.

해변에는 모든 사람들이 우산을 쓰거나  우비를 입고서 맨발로 걷기를 하고 있었고

웃통을 벗고 비를 맞으며 조깅을 하는 사람은 나밖에 없었다.

 

사람들은 비는 맞지 말아야 한다는 고정관념을 가지고 있어서

비가 오는 날은 반드시 우비를 챙기고 집을 나선다.

나는 인도여행 때 자전거를 타고 나갔다가 소나기를 맞아본 경험이 있는데

그 이후로는 간혹 의도적으로 비를 맞으면서 자전거를 탄다.

그것이 때로는 별미인 것처럼 느껴지기 때문이다.

 

내가 살아오면서 후회하는 일이 있다면,

그것은 거북이처럼 지나치게 나 자신을 보호하기 위해서

덩껍질을 등에 짊어지고 살았다는 것이다.

뒤늦게 알고 보니 세상에 두려울 것이 없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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