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보문고에 '처세술'을 검색해보니 951건이나 나온다.
어쩌면 이만한 검색어는 달리 없을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처세술에
관한 책을 단 한권도 읽어본 적이 없다. 그 유명한 마키아벨리의 '군주론'도
읽은 기억이 없다. 나는 '처세술'이라는 단어에 혐오감을 가지고 있었고, 그런 책을
권하는 사람을 이상한 사람으로 여기기도 했다. 세상을 正道로써
살아가면 되는데 어찌 術(재주)이라는 것이 필요하겠느냐 하는 생각이었다.
이런 사고방식 때문에 나는 고지식하다느니, 순진하다느니, 좋은 말로
순수하다느니 하는 말을 많이 들어보았다.
나는 출세를 해보겠다든가, 돈을 많이 벌어보겠다든가, 명예를 얻겠다는
생각을 한 적은 없다. 그런 능력이 없는 내 자신을 잘 알았는지도 모르겠다.
알아차리지는 못했지만, 처세술과는 거리가 먼 나의 태도 때문에 손해를 본 적이
아마도 많이 있었을 것이다. 그래서 지금의 나의 꼴을 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하지만,
내가 처세술을 익혀서 잘 처신을 했다면 지금쯤 과연 어떤 꼴을 하고 있을까?
대학총장이 되었을까? 그리고 65세에 퇴임을 하고 지금쯤 정치판에서 뛰고 있을까?
아무튼 나는 54세에 은퇴하지는 못했을 것이며, 내가 하고 싶은 것을 하면서
살아오지는 못했을 것이다. 대한민국에서 가장 처세술에 밝은 사람이 누굴까?
내머리에 첫번째로 떠오르는 이름이 이재명이다. 내가 유일하게 존경했던 인물은
법정스님 정도이고, 가장 부러웠던 인물은 조영남 선생이었다. 내 나이가 되고보니
내가 누구를 존경하고, 누구를 부러워하겠는가. 아무도 없다. 아직도 깨닫지 못해서
그런지 모르지만, 나는 내 손녀, 손자들에게 처세술에 관한 책을 권하고 싶지는 않다.
'잡글' 카테고리의 다른 글
Danny Boy(아 목동아!) (0) | 2025.02.24 |
---|---|
일본어 (0) | 2025.02.21 |
문명 (0) | 2025.02.12 |
윤리도덕 (0) | 2025.02.07 |
강물에서 빠져나와서 개인이 되어라 (0) | 2025.02.06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