잡글

Danny Boy(아 목동아!)

박희욱 2025. 2. 24. 13:08

오늘은 이런 음악을 들으면서 왠지 터져나오는 울음을 참을 수 없다.

나는 진영대창초등학교를 졸업하고 공부 1등을 하던 친구 박영수군과 함께 그당시

경남일류중학교로 여겨지던 마산중학교에 합격하였다. 온 가족과 함께 떨리는

가슴으로 라디오에서 흘러나오는 수험번호 408번을 기다렸던 때가 생각난다.

그렇게 해서 진영중고등학교 사택에 살다가 마산 교방동 단칸셋방으로 이사를 해서 

어머니와 동생과 함께살았다. 좁은 방에는 책상도 없어서 만화방을 기웃거리기도

했다. 사실상 아버지라는 존재는 없다시피 했다. 거제도 어느 중학교에 전근 가셨던

아버지는 얼씬도 하지 않았고, 나는 아버지에게 분노의 편지를 써서 부치기도 했다.

아버지는 단 한번도 내게 공부하라고 말한 적이 없었는데 그것이 나의 아버지가

내게 가장 잘할 일일 것이다. 아무튼 내 인생에 가장 괴로운 시기였다. 위축되고  

열등감에 사로잡혀서 학교를 다녔고 마음 붙일 곳이 없었다. 급우들은 일류중학교에 

입학을 해서 모두가 멋진 교모에 새 책가방을 들고 등교를 했지만 나는 불품없는 

중고 헌모자에 헌가방을 들고 학교를 다녔다. 어머니도 헌가방을 들고 등교하는 

나를 안쓰럽게 여기셨다. 점심시간이면 급우들은 도시락을 함께 먹기도 했지만 나는

부끄러운 도시락을 숨겨야 했다.내 인생에서 가장 지워버리고 싶었던 시기가 바로 

그때였다. 어쩌면 학급에서 가장 비쩍마르고 키만 껑충한 가난한

불품없는 촌놈이었을지도 모르겠다.

 

그러했던 그때가 어느듯 60여년이 흘렀다. 중학교에 들어가서

처음 배웠던 노래가 아래의 Danny Boy(Londonderry Air)였던 것으로 기억한다.

세월이 흘러서 나는 그 북아일랜드의 Londonderry에 여행한 적이 있다.

무릇 아일랜드민요가 한국인의 정서와 매우 유사하다고 하는데 내게도

그야말로 찰떡궁합이다. 모든 아일랜드민요를 좋아한다. 핍박받은 민족의 한이 스린

정서이고 민요다. 그때는 세상에 대해서 아무것도 몰랐던 순수한 감성의 

시기였을 것이다. 비록 그렇게도 힘든 시기였지만 이제는 세월이 흘러 순수했던

그 감성의 시절로 다시 돌아가고 싶다. 나는 하늘 높이 높이 날아오르고 싶다.

그렇게 해서 세상만사가 내 시야에서 사라질 때까지 날아오르고 싶다.

이 Danny Boy도 내 목표곡에 넣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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