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야기

개가족

박희욱 2009. 11. 17. 07:52

청사포 우리집 앞에는 개 가족이 살았다

 

엄마개 깡춘이, 아빠개 순돌이, 아기개 방울이, 이렇게 3마리

 

순돌이는 방울이와 친구처럼 함께 뛰놀면서

 

종종 옆에 앉은 깡춘이를 핥아주곤 했다

 

사람처럼 '사랑해!'라고 말할 줄은 몰라도

 

그렇게 사는 모습이 사람보다도  낫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던 어느날 엄마개 깡춘이는 방울이와 함께 시골로 쫓겨가고

 

달랑 순돌이만 남았다.

 

짖는 소리가 시끄럽다는 이웃의 성화 때문이었다1

 

오늘도 순돌이는 문간에 홀로 앉아 

 

영문도 모른채, 갑자기 사라진 가족을 기다리고 있다 

 

순돌이는 이제 나를 보아도 꼬리치며 달려오지 않는다2 

 

그전에는 방울이와 함께 앞다투어 달려 나오곤 했는데...

 

 

슬픔에 젖은 순돌이

마치 그새 늙어버린 것 같다

 

 

 

아래의 사진 4장은 함께 살 때 찍어 놓은 사진을 찾은 것이다. 


방울이와 방울이 엄마 깡춘이

이빨이 솟아나려 하자 막무가네 내 손가락을 물어제끼던 놈이다.

제대로 된 사진을 찍어려 해도 도저히 틈을 주지 않았다.

 


 

 

철없는 강아지처럼 행복했던 시절의 순돌이

 



 

 

순돌이가 그리워하는 아내 깡춘이

아내 답게 남편 순돌이와 딸 방울이에게 양보하는 미덕이 있었다.

 

 


범 무서운 줄 모르던 하룻강아지 시절의 방울이

나만보면 가만 놔두지 않겠다는 듯 달겨들었다

 

  1. 짖는 것은 견공들의 직업이다. [본문으로]
  2. 힐긋 나를 쳐다보면서도 나와 눈을 마주치려 하지 않는다. 마치 슬픈 자신의 눈빛을 보이고 싶지 않은 듯. [본문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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