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ew Zealand

프롤로그

박희욱 2010. 3. 8. 07:08

  이제 정치, 사회, 경제, 역사, 등과 인문학, 자연과학 등의 학문에 관한 관심은 이미 사라져버렸다. 사람들은 죽을 때까지 배워야한다고 말하지만, 그러한 배움이 아무리 멋지고 유용하다고 해도 백지 위의 얼룩으로 보인다. 그러한 배움에 의한 죽은 지식은 에덴동산의 금단의 열매이며, 삶의 신비의 베일을 걷어낸다. 모든 아름다움은 신비로부터 나온다. 그러므로, 내가 해야 할 일은 그러한 배움의 얼룩들을 불식해야 하는 일만 남았다.

   아직까지 나에게 남은 관심은 예체능과 자연 그리고, 나에게 덧쒸워진 얼룩들을 지우고 나의 본질을 찾아가는 일이다. 다시 말하자면, 순수음악과 순수미술, 자전거와 트래킹 그리고, 본래의 나를 되찾는 일 즉, 본래면목을 찾아가는 일이다.    

 

  많은 사람들이 그러하겠지만 나도 뉴질랜드를 여행하고 싶은 마음은 오래전부터 있어왔고, 뉴질랜드 여행가이드북을 구입한지가 무려 20년 가까이 되어가는 것 같다. 그러나 우선순위에서는 항상 뒤로 미루어져 왔다. 인류문명의 발상지들과 근현대문명의 중심지와 장엄하고도 기묘한 자연경관을 가진 지역 보다도 우선할 수는 없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뉴질랜드 여행은 쉽고 편한 듯이 보여서 언제든지 마음만 먹으면 할 수 있는 것으로 여겼기 때문이기도 하다.

   사실, 이 여행에 앞서서 네팔의 히말리아나 티벳 그리고 동티벳(지금의 중국 사천성 지역)을 먼저 여행을 하고자 하였으나 지난해 여름의 질병으로 인하여 계획을 접어야 했으므로 부득이 겨울에 여행할 수 있는 지역을 선정해야 했고 그것이 뉴질랜드였다. 그러니까 뉴질랜드 여행은 앞당겨 실행된 것이다.

 

  누구에게나 그러하겠지만, 뉴질랜드의 이미지는 자연이 맑고 깨끗하며, 하늘과 구름이 항상 눈부신 햇빛으로 빛나는 나라였다. 누군가가 뉴질랜드는 자연으로 가는 마지막 비상구라 하지 않았든가. 그러나 여행을 하기 위하여 정보를 찾아보니 흐린 날이  많고 비도 잦은 것 같았으며, 자연경관도 특별히 아름다운 것 같지는 않아 보였다. 뉴질랜드 여행의 상징이라고 할 수 있는 '밀포드 사운드'도 사진으로 보면 별것이 아닌 것으로 보였다. 그래서 뉴질랜드여행에서 대단한 자연경관을 볼 수 있을 것으로는 기대하지 않았고, 날씨에 대한 우려를 많이 하면서 떠나게 되었다.

 

  자연으로 다가가는 길은 여행의 속도가 느릴수록 좋다. 비행기보다는 자동차가 낫고, 자동차보다는 자전거가 낫고, 자전거 보다는 걷기가 낫다. 본래면목(참나라 해도 좋고, 진아라 해도 좋고, 신이라해도 좋다)을 찾아가는 길 즉, 자신의 내면으로 깊이 침잠하는 데도 여행의 속도가 느릴수록 좋다. 그리고 어느 정도의 육체적 고통이 내면으로의 여행에 도움이 될 수도 있다. 그것이 바로 외로운 순례의 길이며, 내가 자전거 여행을 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2009년 12월 14일 인천공항을 통하여 홍콩을 거쳐서 뉴질랜드 여행길에 올랐다. 자전거 여행을 할 때마다 그러하지만 과연 계획한 날까지 버틸 수 있을까 하는 의구심과 교통사고에 대한 숨길 수 없는  조금의 불안감을 가지고서 떠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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