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자전거여행

16년 04월 봄꽃과 함께한 섬진강종주길1

박희욱 2016. 4. 7. 03:56

세상 모든 것은 변화하는데 묘미가 있으리라.

물도 호수의 고여 있는 물보다는 흐르는 강물이 좋다.

여행이 좋은 것도 일상을 떠나서 여로의 변화하는 풍경과 변화하는 사람들의 모습이 좋아서일 것이다.

우리의 삶도 탄생에서 죽음에 이르는 변화하는 것에 의미가 있지 않을까.

삶이 변화하지 않는다고 느껴질 때, 그때가 내가 이 세상을 떠나야할 싯점이다.


올해 들어서 제주도환상자전거길을 다녀왔고, 이번에 섬진강종주길을 나선 것은 겨울에서 봄으로 가는, 계절의 변화를 놓치고 싶지 않아서였다.

이번 계획은 4월 4일부터 섬진강자전거길을 종주하고 금오도, 돌산도, 남해도를 거쳐서 삼천포에서 부산으로 돌아올 계획이었으나,

7일에 전국적으로 비가 오고 돌풍이 분다는 예보를 전해 듣고 여행일정을 단축해서 섬진강 종주라이딩만 마치고 돌아왔다.

사실, 광양에서 부산까지 버스비가 1만5백원 밖에 되지 않으니 피곤하게 여정을 계속하느니보다는 나머지 여정은 후일에 가뿐한 기분으로 다시하면 될 것이다. 


이번 섬진강 종주길에서 길을 잃은 것은 딱 한 번 있었다. 새로 공사를 한지 얼마되지 않아서였는지 표지가 끊어져 있었다.

그러나 잘못 들어간 길이  둘러간 것도 아니고, 오히려 더 좋았지 싶다.

섬진강자전거길은 대부분 완만한 내리막길이어서 라이딩이 쉬웠다.




이제 남은 것은 북한강자전거길, 새재자전거길, 오천자전거길이 남았다.





사상에서 남원으로 가는 버스는 1일 4회(2시간 40분 소요, 17,200원)





남원에서 강진면으로 가는 버스가 없어서 전라북도 임실로 갔다(3,800원)

임실행 버스는 자주 있어서 염려할 필요가 없겠다.




임실시외버스터미널

임실에 도착하니 강진면으로 가는 시내버스는 자전거를 잘 실어주지 않는다고 해서

이번 라이딩은 임실에서 시작하게 되었다.

임실에서 추어탕(7,000원)으로 점심을 먹었는데 맛이 엉망이었다.

추어탕이 아니라 마치 된장국에 고추가루를 푼 것 같았다.














4월 4일(월) 흐림, 오전에 이슬비


사상 서부버스터미널

남원행 버스운행은 1일 4회 있다.

오전 8시 10분 출발 첫 버스를 타려고 했으나 동서고가도로가 막히는 바람에 놓쳐버리고 말았다.

게다가 안경을 잘못 착용해 왔기 때문에 집으로 돌아간 아내가 외출용 안경을 가지고 다시 와야 했다.

결국 오전 11시 5분 출발 버스를 탔다.

아내가 안경을 가지고 다시 터미널에 돌아온 시각은 9시 10분, 1시간을 더 기다려야 했다.

장사를 시작하려고 좌판을 밀고 들어오는 사람들을 물끄러미 쳐다보고 있으려니 모두들 힘들게 살아간다는 생각이 든다.

나도 공부한다고 힘들어 했지만 아무래도 나는 운이 좋은 것 같다.





동서고가도로에서 길도 막히고 이슬비도 내리고 해서 그만 돌아갈까 하는 생각이 들었으나 아무래도 미루는 것은 좋지 않다는 생각에 마음을 바꾸었다.

앞으로도 계속 자전거여행을 할 터이니 비를 맞아 보는 것도 훈련이 될게다.


버스안인데도 불구하고 어슬어슬 춥다, 장난이 아니다.

운전기사에게 난방을 요청하려다가 참았다.

남원 도착 시각은 오후 1시45분

남원에서 점심을 먹고나서 2시 20분에 임실로 향했다.

승객은 2명 뿐.




임실에서 강진면으로 가는 길, 오후 3시 05분 출발

전라남도 지역의 도로는 교통량이 적어서 자전거 주행하기는 좋다.

전라남도에 올 때마다 느끼는데 자연환경이 경상도보다는 부드럽다.

경상도보다는 평지가 넓어서 산이 멀리 보이기 때문일 것이다.




섬진강댐인증센터


강진교를 넘어서 도착한 곳, 4시 10분 도착

섬진강 자전거종주길의 시작점은 여기서 약 7km 상류에 있는 섬진강댐인데 나는 여기서부터 라이딩을 시작하였다.





나는 인증센터에는 관심이 없다.

사람들은 인증 도장이 하나씩 늘어나는 것에 재미를 붙이는 모양이다.





이렇게 도로가 한적하면 얼마나 좋을까.





섬진강 종주길은 강변의 좌우를 번갈아 가면서 달린다.





영호남의 지역감정은 언제부터 시작되었을까.

가깝게는 박정희 시절부터, 6,25 동란, 멀게는 삼국시대까지 거슬러 올라갈 것이다.

백제가 신라에 의해서 함락될 때는 20만명의 백성이 왜의 땅으로 떠났다고 한다.

오랜 세월 피터지는 전쟁에서 오는 당연한 결과였을 것이다.

호남땅은 영남땅보다 더 풍요로워 보인다. 그러므로

영남인들은 산둥반도에서 뒤늦게 건너온 호남인들(산둥반도 동이족-8천년 전에는 산둥반도와 한반도는 연결되어 있었다고 한다)에게 밀려서

산악지대인 영남땅으로 밀려왔을 것이다.

그러므로 지역감정은 그때까지 거슬러 올라갈지도 모른다.

그 지역감정이 양쪽의 집단무의식에 뿌리박고 있는 것 같다.


세계 어디로 가나 지역감정은 있고 자연스런 현상일 것이다.

문제는 정치인들이 그 지역감정을 이용하고 있고, 양쪽의 민중들은 이용당하고 있다는 사실을 자각하지 못하는 것 같다.

정치인들이 자기편을 만들려면 먼저 자기편을 만들 사람들의 적을 만들어야 한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다.

히틀러가 유대인을 적으로 삼은 이유가 여기에 있다.

'유대인 때려 죽이자!'라고 손가락으로 가르키면서 소리치면 민중들은 그곳으로 시선을 돌리고 흥분한다.


언론자유가 없었던 박정희정권시절에는 그런 선동을 할 자유가 없었다.

그렇게 갈망했던 언론자유!

나는 이제 그것을 신뢰하지 못한다.

민중에 의한 민주주의도 마찬가지다.









































섬진강 강바닥은 대개 이렇게 돌바닥이다.

그만큼 강의 경사가 급하고 강물의 흐름이 세다는 의미일 것이다.




4월 5일(화) 대체로 맑음

간밤에는 섬진강마실휴양숙박단지에 텐트를 쳤다.

오늘은 오전 5시 45분 기상, 오전7시 40분 출발.



마실휴양숙박단지

(장군목인증센터)


이런 멋진 야영장이 있다니!

어? 취사장도 있다!

화장실에도 가보자. 이게 뭐야? 샤워장도 있네!

와, 멋지구나!

혹시 더운물이 나올까?

어라?

진짜 더운물이 나오네!

이런 횡제!

이게 꿈이냐 생시냐!!!


내가 그토록 전세계의 수많은 캠핑장을 돌아다녔지만 공짜샤워, 그것도 더운물 샤워는 난생처음이었다.

야영할 때 가장 힘든 것이 몸을 닦는 일이다.

아무리 생각해도 이것이 공짜일 리는 없는데, 아마도 관리인이 자리를 비웠거나,

아니면 시즌이 아니라서 사용료를 받지 않거나,

내가 도착할 때 보았던 사람이 나같은 불쌍한 자전거여행자를 어여삐 여겨서 봐줬거나 하지 않았을까 한다.


야영장 오후 5시 30분 도착

관리인도 없고





아무도 없었다.

엊저녁에는 가져온 복분자주 한 잔을 하고 나니 행복이 달리 없는 것 같았다.










출발준비완료





야영장 아래의 징검다리

징검다리를 볼 때마다 정겨운 마음이 드는 것은 왜일까?

어릴때의 기억이 되살아나기 때문인 것은 아닐까?

그런 경험이 없는 요즘의 아이들은 나와 같은 느낌을 받을 수 있을까?











인간의 문명이란 이런 징검다리를 한갖 시멘트 다리로 교체하는 일이 아닐까.

오솔길도 다듬어 놓으면 정취가 떨어져버리고,

자전거길도 돌탱이가 부딫치는 흙길이 더 좋다.

나는 아무래도 인간의 편리지향적 문명에 회의적이다.





조~기 조그맣게 앉아 있는 참새 한 마리가 정겹다.










징검다리 상류측





건너편에서 본 마실휴양숙박단지

그냥 '마실휴양지'라고 하면 될 것을!

요즘은 이렇게 말을 길게 하려는 경향이 있는 것 같은데 고쳐야 할 점이다.

이를테면 '~하여 주시기 바랍니다."라고 하는데

'~하십시오.'라고 하면 간단할 텐데.

이것은 일본식의 지나친 겸손과 겸양의 어법에서 전염된 것으로 보인다.





징검다리 하류측










아침에는 손가락 발가락이 시릴 정도로 추웠다.

지난번 제주도 라이딩 때 얼굴이 햇볕에 타서 버프를 하고 다녔다.

소잃고 외양간 고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