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을 축하한다.
이만큼 축복할만한 일이 또 어디 있겠는가.
일생에서 가장 소중한 사람과 새로운 삶을 일구어 나가야 하니까.
태어나서 많은 사람과의 만남이 있어 왔을 것이다, 부모, 형제, 고향친구, 학우, 직장동료 등등.
그리고 앞으로도 자식을 비롯하여 수많은 사람들과의 새로운 만남도 있겠지만,
그러나 최후까지 내곁에 남아 있는 사람은 배우자밖에 없다.
부모도 떠나고 자식도 언젠가는 떠난다.
사람들은 흔히 서로 사랑하라고 말한다.
과연 서로 사랑하라고 말할 만 한 것일까? 사랑이란 무엇일까?
나만의 독특한 생각일지 모르지만, 나는 사랑이라는 말을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사람들은 사랑한다는 말과 좋아한다는 말을 서로 구분하려고 들지만 별로 다를 것이 없다.
어떤 사물의 모든 면이 다 좋을 수 없드시 사람 또한 그러하고, 좋을 때도 있고, 나쁠 때도 있다.
사랑도 마찬가지라서 사랑은 미움과 동반관계에 있음을 사람들은 잘 모른다.
2천년 이상 예수의 제자들이 줄기차게 사랑을 노래해 왔지만 아무런 소용이 없었슴이 이것을 뒷받침한다.
나는 인간이 과연 동물들보다 더 사랑할 줄 아는지 의문이다.
사람들은 서로 자주 사랑한다고 말하라고 하지만,
나는 아직도 누구에게도 사랑한다고 말해 본 적이 없다.
진짜 사랑의 마음이 솟구칠 때는 그런 허튼 말을 할 수가 없었다.
사랑은 말을 넘어서 있어서, 사랑한다는 말은 불필요한 사족이다.
내가 신혼부부에게 주고 싶은 말은 살아가면서 점차 서로의 신뢰를 쌓아가라는 것이다.
인생의 동반자로서 서로 필요한 것은 사랑이라기보다는 상호신뢰다.
이 상호신뢰야말로 예수가 말한 온유한 사랑이다,
예수의 제자들은 신뢰라는 말을 잊었을 것임에 틀림없다.
사랑은 이원적 언어라서 사랑은 미움과 동반관계에 있다.
그러나 진정한 신뢰는 이원성이 아니라서 불신의 반대말이 아니다, 불신의 반대말은 믿음이다.
믿음은 상대방에 대한 어떤 기대에서 나온다. 그러므로 그 기대에 차지 않을 때는 불신이 뒤따른다.
그러나 신뢰는 기대와는 상관이 없어서 있는 그대로의 상대방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인다.
그러니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는 것이 신뢰다. 신뢰는 결코 상대방을 변형시키려 들지 않는다.
인간관계에서 가장 큰 죄악은 상대방을 장악하거나 제어해서 자신의 의도대로 이끌고 가려는 태도이다.
이것은 주인과 노예의 관계가 아니라면 불가능한 것이다.
명심하기 바란다. 사람은 결코 변하지 않는다. 세살버릇 여든까지 간다는 옛말은 진리다.
머지 않아 자식조차도 사실상 손끝 하나 변형시키지 못함을 알게 될 것이다.
그런 시도는 결국 반목과 미움만 증폭시키게 된다.
나도 여느 부부와 마찬가지로 아내와 살아오면서 여러번의 다툼도 있었다.
그러나 우리는 싸우고 난 다음에 단 한번도 서로 미안하다고 말하거나, 사과한다거나, 또는 서로 화해를 해본 적이 없다.
아무리 격렬하게 싸워도 그 다음날이면 아무일도 없었던 것처럼 되어버렸다.
이렇게 된 것은 전적으로 내 아내의 덕이며, 그 점에 대해서는 대단히 고맙게 생각한다.
싸우고 난 다음이면 분명히 엄청 틀어져 있을 것이라고 여기고 있었는데,
다음날 아침이면 아무일도 없었던 듯한 아내의 태도에 나 역시 그렇게 될 수 밖에 없었다.
이것은 분명히 내 아내의 큰 덕목중의 하나다.
고전적 영화 <Love Story>의 어느 장면에 이런 대사가 나온다.
'Love means not to say I'm sorry'
진정한 사랑, 상호신뢰의 관계는 너와 나 사이에 경계가 없다.
그런 경계가 없는 사이에서는 미안하다느니, 사과한다느니, 용서한다느니 하는 말이 있을 수 없다.
심지어 고맙다고 말할 필요도 없다.
이럴 때만이 서로 다툰다 하더라도 칼로 불베기일 수 있다.
주례자는 이렇게 말했다.
결혼은 1+1=2가 아니라, 1/2+1/2=1이다 라고.
2는 둘이지만 1은 하나이다, 하나는 전체이다.
'나'가 되지 말고 전체가 되도록 해라.
인생이 길어보일지 모르지만 지나고 보면 무척 짧다.
젊은 때만 황금시절인 것은 결코 아니다, 모두 다 소중한 시간이다.
그러나 젊은 시절은 다시 돌아오지 않는다.
그리고 인생은 아무도, 누구도 탓할 수 없는 나의 세상이다.
신혼여행만큼은 모든 것 다 잊고 멋진 여행을 하고 돌아오기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