잡글

業과 꿈

박희욱 2020. 3. 22. 04:54

새벽에 잠이 깼다, 악몽이었다.

나는 꿈을 꾸었다 하면 악몽이다, 좋은 꿈을 꾸어본 기억이 남아 있지 않다.

아주 어릴 때부터 그랬다, 아무도 나는 심약한 심성이기 때문일 것이다.

사람들은 왜 꿈을 가지라고 말하는 것일까, 이상스러울 따름이다.


내 꿈의 내용은 모두 고민이나 고뇌인데, 대개 과거에 젊은 시절에 겪었던 힘들었던 시기가 재현되는 것이다.

졸업학점 관계나 진로에 대한 고민같은 것들이고, 예전에는 강의준비 불충으로 인한 걱정 등이었다.

나도 그랬지만, 한국의 남자들이 종종 꾸는 군대에 다시 끌려가는 꿈같은 괴로운 꿈이다.


생각해보니 나의 현존은 내 과거가 모두 뭉떵거려진 총제적인 존재인가 보다.

어디 그것 뿐이겠는가, 나의 유전자에 박혀 있는 전생까지도 나의 현존에 포함되어 있는 것이리라.


문득 나의 여생이 얼마나 남았는지 그 프로테이지를 계산해보려 하지만 부질없는 일이다.

육제적 생명이 얼마나 남았는지, 그리고 정신적  활력의 생명 또한 얼마나 갈지 도무지 알 수 없는 일이다.

아무튼 중요한 것은 나머지 생에서 내가 지금껏 쌓아올린 과거의 짜꺼기를 씻어내는 일이 중요하리라는 생각이 든다.

아마도 불가에서는 이것을 業을 씻는다고 표현하는 것일 게다.


이 나이에 앞으로 더 쌓을 業은 없지 싶지만, 과거의 업을 어떻게 씻어버릴 것인가?

그 業의 입을 틀어막을 수도 없고, 우는 아이처럼 울지 마라고 더 때릴 수도 없다.

아무래도 토닥그려서 다독여 주는 수밖에 없을 것 같다.


그리고 중요한 것은 매일 매일 머리속을 비우는 명상의 순간을 조금씩 늘여갔으면 한다.

그것이 윤회를 벗어나는 나의 유일한 길일 것이다.

그리하여 이 세상을 하직할 시간이 다가올수록 아무런 꿈이 없는 피안에 이를 수 있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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