끄적거림

팔배개를 하고서

박희욱 2022. 9. 23. 11:43

스위스 취리히 호수변의 캠핑장에서

멋진 캠프홈들과 멀찍이 떨어져서

홀로 나의 작은 텐트를 쳤다 

그러고는 풀밭에 팔배개를 하고 몸을 뉘었다

 

푸른 창공에 흰구름이 빛나고,

넓은 나뭇잎 잎사귀가 따가운 햇살을 살짝 가려준다

때마침 기다렸다는 듯이 미풍이 내몸을 쓰다듬고 지나간다

 

나는 지금 아무것도 필요하지 않다

나는 지금 아무것도 알 필요가 없다

나에게는 아는 것보다 모르는 것이 훨씬 낫다

아무것도 필요없는 내가 무엇을 알아야 한다는 말인가

 

'끄적거림' 카테고리의 다른 글

존재계를 신뢰하면서  (0) 2023.02.27
그물에 걸리지 않는 바람처럼  (0) 2022.10.08
강줄기따라 일엽편주  (0) 2022.03.09
법정스님  (0) 2021.07.25
흐르는 강물처럼  (0) 2021.05.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