따온 글

헤르만 헤세의 행복

박희욱 2024. 5. 9. 22:16

행복

                                                                           헤르만 헤세

행복을 추구하고 있는 한 당신은

행복할 만큼 성숙해 있지 않습니다.

가장 사랑하는 것들이 모두 당신의 것이라 할지라도.

 

잃어버린 것을 애석해하고

목표를 가지거나 초조해하는 한,

평화가 어떤 것인지 당신은 모릅니다..

 

모든 소망을 단념하고

목표와 욕망도 잊어버리고

행복이란 말을 입 밖으로 내지 않을 때

 

그때서야 세상일의 물결은 당신 마음을 괴롭히지 않고

당신의 영혼은 비로소 평화를 찾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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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사우디에서 1년간의 근무를 마치고 1981년도 1월 달에 귀국하였다.

그 1년은 내게는 최악의 절망의 시기였다. 그 절망의 고뇌에서 나는 헤어날 수 없었다.

그래서 귀국행 비행기에서 행복과 희망을 포기하기로 했다.

오늘보다 내일이 더 행복해지기를 바라지 않겠다고 다짐한 것이다.

말하자면, 행복을 내 사전에서 버리기로 한 것이었다. 그리고

희망이란 것도 당의를 입은 욕망인 것이므로 버리기로 하였다.

스피노자가 내일 하늘이 무너지더라도 오늘 한 그루의 사과나무를 심겠다고 한 것은

내일에 사과를 따겠다는 희망으로써 사과나무를 심겠다는 것이 아니었다.

생각해보면, 내가 행복과 희망을 포기한 것은 내가 성숙해서가 아니라

절망으로부터 탈출하기 위한 것이었다.

오늘 헤세의 이 시를 발견하고서 지금으로부터 43년 전에 있었던 일을 돌이켜 본다.

그때의 고통을 생각하면 지금도 연민이 간다.

 

이제 내가 포기해야 할 것은, 국적은 어쩔 수 없다 할지라도, 한국인임을 포기하는 일이다.

그리하여 한국인이 아니라 세계인이 되는 것이다.  그리고 더 나아가서

인간이기를 포기하고 非人間이 되는 것이다. 인간이라는 이름으로 내가 걸치고 있는

모든 장신구와 굴레 벗어 던지고 싶다. 그리하여

내가 태어날 때 가지고 나왔던 천부의 대자유를 죽기전에 되찾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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