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 15일 출국하여 6월 11일 귀국예정이었으나 5월 28일에 조기귀국하고 말았다. 무척 망서린 끝에 더 이상 계속해봐야 의욕이 나지 않을 같아서 귀국을 결정하고 말았다. 청두에 돌아와서, 6월부터 오픈한다는 쓰구냥산에도 가고, 일정이 남을 경우를 대비하여 준비하였던 칠장구 트레킹과 한번 다녀왔던 주자이거우에도 갈까 하고 몇번이나 망서렸다.
첫번째 목표로 했던 따꾸냥산(해발 5,025m) 등정은 6월이 되어야 허용되어서 먼 발치에서 쳐다만 보고 내려왔다. 그러나 등정이 허용되었다 해도 설상장비를 하지 않았던 나는 불가능했을 것이다. 두번째 목표로 했던 당령설산 트레킹은 예정대로 했으나, 4,370m 이상은 눈이 쌓여서 트레일이 사라지고 없었다. 세번째 목표였던 아랍신산은 어렵사리 입산허가증까지 받았으나 허가증을 발급한 경찰이 40km나 나를 찾아 달려와서 자신이 발급한 허가증 반납을 요구해서 불발이 되었다. 네번째 무거춰 호수는 예정대로 구경을 하였으나 계획했던 무거춰 호수 비박은 금지되어 있었다. 다섯번째 공가산 트레킹은 입구까지 갔으나 눈이 쌓여서 트레킹이 불가능하다고 해서 돌아서고 말았다. 할 수 없이 공가산트레일의 출구 공가사와 하자매촌까지 다녀왔으나 대절 택시비만 2,600위안이 소요되었다.
이번 여행은 도착한 첫날부터 유심카드구입, 현금인출, 그리고 가스구입을 하느라 스트레스를 많이 받았다. 지난 두번의 여행에서는 언어소통의 문제를 별로 느끼지 못했는데 이번에는 무척 힘들었다. 예전에 2개월 정도 공부했던 중국어는 그동안 까맣게 잊어 먹었다. 방심한 것이 스마트폰의 번역기를 믿었으나 익숙하지 않아서 매우 불편했다. 또 스트레스를 받은 것이 과도한 대절택시비였다. 내가 다닌 곳이 오지라서 공영버스가 없거나 있어도 1일 운행 횟수가 적어서 시간을 맞추지 못해서 울며겨자먹기로 개인승용차나 택시를 대절해야 했다. 대충 100만원 정도의 요금을 지불했을 것이다. 결국 이번 여행은 실패한 셈이지만, 그래도 후회하지는 않는다. 소중한 경험을 얻었기 때문이다.
이번 여행에서 만난 중국인들은 모두 고마울 정도로 친절하였다. 공항에서 청두 시내까지 나를 태워준 젊은이, 내가 투숙했던 호텔을 스쿠터를 끌고서 찾아준 사람, 빠미에 경찰서 여경, 경찰서까지 나를 대려가서 도와준 강정의 은행원 아가씨 등, 모든 중국인들은 친절하였다. 예전에 따오청의 야딩자연보호국에 갔을 때는 ATM이 없는 곳에서 현금이 떠러진 나에게 선듯 20여만원을 빌려주어서 나를 좀 놀라게 한 청년도 있었다. 내가 어찌 알겠는가 마는, 내가 경험한 중국인들은 결코 폄하할 사람들이 아니라는 생각이 든다. 사실로 한국인들보다는 일찌기 문명화되었던 사람들이 아닌가. 우리는 흔히 중국인들은 시끄럽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지만, 내 경험으로는 비난할 정도는 아니었다. 중국인들이 해외에 나오면 시끄러운 것은 사실이지만, 한국인들은 그렇지 않았는가? 한때 한국인 배낭족들은 세계 배낭족에게 기피되었던 국민이었다. 유럽에서 몰려다니면서 사진 찍느라고 뒷통수로 관광하는 한국인들이 유럽인들에게 좋게 보였을 리가 없다. 지금은 많이 나아졌을까.
유튜브에 보면 중국이 당장 내일이라도 망할 것 처럼 떠버리고 있지만, 내가 경험한 중국은 그렇게 쉽게 망가지지는 않을 것 같은 느낌이다. 곳곳에 건설공사가 진행되고 있고, 내수시장이 크기 때문에 쉽게 망가지지는 않지 싶다. 물론, 전체주의국가의 한계는 있을 것이다. 북조선처럼 곳곳에 시진핑 사진이 걸려 있고, 가는곳 마다 길거리에 오성홍기가 걸려 있는 모습을 보면 옛 중화문명의 중흥은 없을 것이다. 하지만 한국인들은 조금 살게 되었다고 이웃나라를 깔보는 못된 버릇은 삼가야 할 것이다.
이번에 실패한 공가산 트레킹과 아랍신산 트레킹을 다가오는 9월에 재시도할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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