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상 108

탄생과 죽음

나는 1953년 11월 16일 새벽에 태어나지 않았다 그때부터 나에게 세상이 서서히 다가왔을 뿐 그렇듯이 언젠가 세상은 나로부터 서서히 멀이지기 시작할 것이며, 어쩌면 갑자기 사라질지도 모른다 영원한 나는 언제나 여기 이렇게 존재한다 그 나에게는 탄생도 없고 죽음도 없다 다이아몬드 같은 불변의 나는 영원히 지금 여기에 존재한다 그 지금 여기가 영원이다

단상 2022.03.11

신과 시공간

신이 존재함으로써 우주가 존재하는가? 아니다. 우주가 존재함으로써 신이라는 개념이 자연적으로 발생한 것이다. 그러면, 시공간(Time-Space)이 존재함으로써 물질과 에너지가 존재하는가? 아니다. 물질과 에너지가 존재함으로써 시공간이라는 개념이 자연적으로 발생한 것이다. 그러므로 신이나 시공간이나 모두 비존재의 존재이다. 색즉시공 공즉시색

단상 2022.02.03

천국

나는 행복할 수 있는 방법은 모른다 그러나 불행하지 않을 수 있는 방법은 안다 그것은 매사에 있어서 미루지 말고 그때 그때 종결지어버리는 것이다 그 종결이란 무엇인가, 그것은 끝난 일을 뒤돌아보지 않는 것이다 어떤 일을 끝내고 뒤돌아보지 않는다면 그대는 텅 비게 될 것이다 그 텅빔이 바로 천국이다 지나간 일을 뒤돌아보는 것, 그것이 곧 소돔과 고모라의 저주이다 지난일을 뒤돌아보고서 소금기둥이 되어버린 롯의 아내처럼 되지 마라

단상 2021.09.29

윤리도덕

한국인들은 스스로를 동방예의지국이라 일컷습니다. 그러나 한국인들은 그 윤리도덕을 자신을 방어하기 위한 갑옷으로 이용하거나 상대방을 공격하기 위한 칼로서 이용합니다. 누구보다도 윤리도덕을 잘 이용하는 자들은 바로 정치인들입니다. 한국인만큼 윤리도덕을 강조하는 나라가 있는지는 의문입니다. 그들은 윤리도덕의 이용가치를 잘 알고 있기 때문입니다. 말하자면 그 이용가치란 공격과 방어를 위한 무기로서입니다. 그러나 윤리도덕의 진정한 가치, 즉 사회의 윤활유로서의 이용가치는 잘 모릅니다. 진정으로 윤리도덕적인 사람은 윤리도덕적 관념이 없습니다.

단상 2021.09.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