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박돌에 물을 부었더니>
호박돌을 깨끗이 닦아서 물을 부어 넣었다.
하루가 지나자 이끼가 끼이기 시작한다.
또 하루가 지나자 모기알이 부하해서,
눈에 겨우 뛸까 말까한 무수한 장구벌레가 되어
물과 이끼를 먹고 살면서 득실거린다.
모든 놈들이 온 몸뚱아리를 비틀면서 몸부림치기 경쟁을 한다.
어떤 놈은 자신이 남보다 더 잘나야 한다고 몸부림치는 것 같고,
어떤 놈은 자신이 남보다 더 잘 살아야 한다고 몸부림치는 것 같고,
어떤 놈은 자신이 남보다 더 행복해야 한다고 몸부림치는 것 같고,
어떤 놈은 자신이 남보다 더 사랑받아야 한다고 몸부림치는 것 같다.
내일이면 나는 호박돌에 피리 한마리를 넣을 것이다.
그러면 그놈은 하루가 지나지 않아서
몸부림치고 있는 놈들을 모조리 잡아먹을 것이다.
그 놈들은 잡아 먹히지 않으려고 버둥대겠지만
시간의 차이는 있을지 모르지만 모조리 피리 입속으로 들어갈 것이다.
그것도 모르고
온 몸으로 몸부림치고 있는
장구벌레가 안됐다.
무엇보다도, 자신이나 남이나 똑 같은
물과 이끼에 불과하다는것을 모른다는 것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