끄적거림

호박돌에 물을 부었더니...

박희욱 2009. 4. 18. 12:10

<호박돌에 물을 부었더니>



호박돌을 깨끗이 닦아서 물을 부어 넣었다.

하루가 지나자 이끼가 끼이기 시작한다.

또 하루가 지나자 모기알이 부하해서,

눈에 겨우 뛸까 말까한 무수한 장구벌레가 되어

물과 이끼를 먹고 살면서 득실거린다.


모든 놈들이 온 몸뚱아리를 비틀면서 몸부림치기 경쟁을 한다.

어떤 놈은 자신이 남보다 더 잘나야 한다고 몸부림치는 것 같고,

어떤 놈은 자신이 남보다 더 잘 살아야 한다고 몸부림치는 것 같고,

어떤 놈은 자신이 남보다 더 행복해야 한다고 몸부림치는 것 같고,

어떤 놈은 자신이 남보다 더 사랑받아야 한다고 몸부림치는 것 같다.


내일이면 나는 호박돌에 피리 한마리를 넣을 것이다.

그러면 그놈은 하루가 지나지 않아서

몸부림치고 있는 놈들을 모조리 잡아먹을 것이다.

그 놈들은 잡아 먹히지 않으려고 버둥대겠지만

시간의 차이는 있을지 모르지만 모조리 피리 입속으로 들어갈 것이다.


그것도 모르고

온 몸으로 몸부림치고 있는

장구벌레가 안됐다.

무엇보다도, 자신이나 남이나 똑 같은

물과 이끼에 불과하다는것을 모른다는 것이! 

'끄적거림' 카테고리의 다른 글

꿀벌  (0) 2010.11.06
집으로 돌아가리라  (0) 2010.05.01
봄의 울림  (0) 2009.04.21
봄이다!  (0) 2009.04.19
그대는 사실...  (0) 2009.04.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