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여년 전 인도를 1개월간 여행했을 때의 이야기이다.
자전거를 가지고 인도국내를 항공으로 여행하기 위하여 10회 승선권을 구입하였다. 첫번째 탑승 때, 탑승수속 카운터 앞에서 출발시간에 쫓기면서 자전거를 분해포장 하느라고 진땀을 흘렸다. 그래서 두번째는, 포장은 물론이고 휠조차도 분리하지 않고 그냥 그대로 들이밀어 보았다. 어랍쇼? 이게 웬일인가! 그냥 시험해본 것인데 아무런 말도 없이 그대로 받아주는 것이 아닌가! 기분이 그야말로 째졌다. 그 이후 비행기 탑승을 8번이나 하였는데 아무도 입도 벙긋하지 않았다.
자전거, 리어카, 릭샤, 오토릭샤, 우차, 마차, 스쿠터, 오트바이, 자동차, 트럭, 등 모든 탈것과 사람, 소, 심지어 염소까지 뒤범벅이 되어, 범람하는 강물처럼 흐르는 인도의 교통지옥속에서 무사히 여행을 마치고 귀국할 때, 맛을 들인 나는 뉴델리의 국제공황으로 타고 온 자전거를 그대로 수속카운터에 들이밀었다. 역시 오케이! 전일공 항공이었는데 일본을 경유하여 김포공항에 도착해서 나는 국내선으로 갔다. 또다시 당당하게 자전거를 들이밀어 보았다. 역시나!
"안됩니다. 포장하셔야 합니다." "왜 안됩니까?" "자전거가 상할 수 있습니다." "상해도 책임을 묻지 않겠습니다." "그래도 너무 커서 수납구에 들어가지 않습니다." "그래요? 그러면 제가 직접 끌고 들어가 볼까요? 되는지 않되는지?" "지금까지 자전거를 포장하지 않고 실은 적이 없습니다!" "그러시다면, 앞으로 외국인 자전거 여행자도 많이 들어올 터인즉, 이제부터 해봅시다!" "안됩니다!" "해봅시다!" "안됩니다!" "해보자카이!" "안된다카이!"
이렇게 옥신각신 30분 넘게 실랑이를 벌이는 동안에 비행기는 떠나고 말았다. 내가 끝까지 버티어 보았던 것은 자전거를 포장하지 않고 비행기에 싣는 관행을 만들고 싶었기 때문이었다. 생각해보라. 제주도에 라이딩을 갈 때, 공항까지 자전거를 타고가서 그냥 그대로 싣고 홀가분히 떠나는 것을! 얼마나 가뿐한 일인가! 주위의 승객들도 다행히 나를 편들어주었지만 그도 업무상 끝내 양보할 수 없었다. 지금 생각해보면 완전 어거지였으며, 좀 행패 비슷한 짓이었다.
미국 동부를 여행할 때도 버스와 열차를 탈 때마다 6번이나 분해포장을 하였는데, 그것은 비용도 들고 엄청 피곤한 일이었다. 모르는 척하고 그냥 열차를 몇번 타기도 했으나 승무원들의 눈총을 견디는 것도 할 짓이 아니었다. 결국 그것이 여행기간을 1주일 단축시키는 원인이 되었다.
방귀 뀐 놈이 화낸다고, 나는 버럭 화를 냈다. "좋소! 비행기표 환불해 주시오!" "......" "나는 이제부터 +++항공은 절대 타지 않겠소!" "....." "....." "좋소! 한 번 넣어봅시다"
이렇게 해서 인도 뉴델리에서 우리집까지 자전거를 타던 그대로 가져올 수 있었다. 때로는 느슨한 인도같은 나라가 미국 같은 선진국보다 훨씬 편리할 때도 있는 것이다.
|
'이야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사라진 아이들 (0) | 2009.08.21 |
---|---|
천장남로의 자전거 여행자 차니또님 말씀 (0) | 2009.07.15 |
깜이 안되는 선배님 (0) | 2009.06.20 |
구더기들 (0) | 2009.06.01 |
세상은 참 아름답구나! (0) | 2009.05.30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