침묵으로 가는 길

박희욱 2010. 5. 17. 09:35

나의 육체라는 것은

별로 특별할 것이 없는 것이다

생김새가 개성이 좀 있다하여도 비슷한 팔, 다리, 머리와 몸통의 유기적 조합으로 되어 있는,

다른 사람의 육체와 마찬가지로 그냥 흙과 물과 공기와 햇빛으로 빚어진 것이다

 

나의 정신과 마음 또한,

별로 특별한 것이 없는 것이다

약간의 개성은 있다하여도 이 세상 어디에나 흘러다니는

다른 사람의 습관이나 관습이나 인습 그리고, 지식과 정보 등을 조합하여 뭉쳐진 일종의 소프트웨어 같은 것이다

 

그러니까 특별히 '나'라고 주장할 만한 것이 없다

나의 탄생과 죽음은 태평양에 작은 물결 하나의 발생과 소멸과 같은 것이며

한여름 밤 한줄기 바람의 일렁임에도 미치지 못하는 것이다

그러므로 나의 탄생이니 나의 죽음이니 '나'라고 이름붙일 만한 근덕지가 없다1

 

  1. 마하리쉬가 죽으면서 이렇게 말했다. '내가 어디로 가겠느냐. 나는 여기 이대로 있을 것이다'. 흙, 물, 공기, 바람, 햇빛 그리고, 습관, 관습, 인습, 등등은 세월이 흘러가도 그대로 면면히 이어져 내려간다. 누군가가 하늘아래 새로운 것은 없다고 했다. 나의 존재 또한 전혀 새로울 것이 없는 그냥 그런 존재이다. [본문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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