침묵으로 가는 길

섬김과 우상의 신

박희욱 2010. 12. 20. 03:39

신을 섬기지 말라

신을 섬기는 순간 그 신은 우상으로 변한다

신은 그냥 있슴이다

그래서 여호와는 '나는 있슴이다(I am that am)'라고 말했다1

 

광막한 우주는 그냥 있는 것이다

우주를 섬기게 되면 그 우주는 우상이 된다

풀잎 하나도 그냥 있는 것이다

그 풀잎을 섬기면 바로  우상이 된다

 

우상은 눈에 보이는 구체적인 상인가 아닌가는 중요하지 않다

우상은 무엇을 섬기는가 아닌가에 달려 있다

우상을 섬기면 다소의 위안을 얻을 수는 있겠지만

우상에 대한 의존심으로 눈길을 자신의 내면으로 돌리지 못한다

 

붓다가 부처상을 만들지 말 것을 신신 당부한 것은2

자신을 우상화하는 것 즉, 섬김을 두려워한 것이다

붓다는 임종을 앞두고 각자 자신을 등불로 삼을 것을 당부하였다

신은 자신의 내면에 있기 때문이다

 

붓다는 이렇게 말했다

길을 가다가 나를 보거던 즉시 나를 죽여버려라

길을 가다가 부처를 쳐다보면

길을 잃고 자신의 내면을 볼 수 없기 때문이다

 

예수가 자신이 신의 아들이라고 말했을 때

그것은 자신만이 신의 아들이라는 의미가 아니었다

인간들이 자신을 신의 독생자라고 부른다는 것을 알면 예수는 울 것이다

그것은 바로 예수를 우상화하려는 술책이기 때문이다

 

예수가 최후의 만찬에서 포도주와 빵을 내놓으면서

이것은  나의 피와 살이라고 한 것은 예수 자신을 먹어라는 의미이다

자신을 박제하여 하늘에 매달 것을 우려한 것이었다

그러나 불행히도 제자들은 예수의 우려대로 시행하고 말았다

 

마호멧도 우상을 대단히 우려했다

그래서 모스크에 조각은 물론이고 어떠한 형상도 금지시켰다

무슬림들은 마호멧의 명령을 지켜야만 했지만 그래도, 우상이 필요했다

결국, 그들은 카바신전의 돌덩이를 섬기기로 했는데, 그것이 바로 우상이다3

 

종교의  존립은 신에 대한 섬김 즉, 우상화에 의존한다4

그래서 종교는 인간의 자신에 대한 스스로의 섬김을 극력 억제시킨다5

아무것도 섬기지 말라

굳이 섬기려 한다면 자신을 섬겨라6

 

  1. 인간들이 스스로 양임을 자칭한 것이며, 여호와가 스스로 목자임을 자칭한 적은 없다. [본문으로]
  2. 붓다 입적후 알렉산더의 인도침임 이전까지는 부처상을 만들지 않았다. [본문으로]
  3. 돌덩이는 무생물이라서 우상이 아니라고 여기는 모양이다. 이런 것을 눈감고 아웅한다고 하는 것이다. [본문으로]
  4. 칼 마르크스가 종교를 아편이라고 한 것은 종교의 우상화를 두고 한 말이다. 종교는 자신의 우상화는 독려하면서 타종교의 우상화는 들춰낸다. [본문으로]
  5. 그대를 피조물 죄인이라 여기도록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으며, 이것에 분통을 터뜨린 니체는 '신은 죽었다'라고 선언함으로써 신에게 사형선고를 내렸다. [본문으로]
  6. 부모, 학교, 사회, 국가, 종교 등이 합심하여 그대를 장악해서 자신들 뜻대로 하기 위한 목적으로 그대의 불완전성을 주입시키고, 죄의식을 심어 줌으로써 자신을 섬기는 것을 불가능 상태로 만들어 버렸다. 본래 모든 존재는 천상천하유아독존이다. [본문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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