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epal

프롤로그

박희욱 2011. 11. 13. 11:39

  10월 20일에 한국을 출발하여 21일에 카트만두에 도착하고, 23일 오후 늦게 버스편으로 베시스하러에 도착하여 다음날 24일부터 엠티비 라운딩을 시작하였다.

14일만에 예정하였던 서킷을 아무런 사고 없이 완주하고 11월 6일에 포카라에 입성하였다. 거기서 2박을 한 다음에 버스편으로 카트만두로 돌아와서 다시 2박을 한 후에 11월 10일에 귀국행 비행기를 탑승하고, 다음날 11일에 인천공항으로 귀국하였다.

 

  참제에서 차메까지는 정말 힘든 코스였고, 거의 100% 끌바, 들바. 멜바였다. 이렇게 힘든 구간인줄을 예상하지 못한 것은 라이딩 지도까지 출판되어 있다면 그렇게 무지막지한 트레일 상태일 것이라고는 생각하지 못하였기 때문이다. 가장 난구간으로 예상하였던 토롱페디에서 하이캠프구간은 천천히 끌바만 하면 되었기 때문에 오히려 예상보다는 그렇게 어렵지 않았고, 또 무지한 추위로 고생할 것으로 여겼던 하이캠프에서 토롱라까지 구간도 영하 10도 이상의 기온으로 추측되는 그리 대단한 추위는 아니었다.

 

  어렵고 힘든 구간이 많이 있었긴 하지만 지나고 보니 무난하게 라운딩을 끝냈다. 그러나 역시 안나푸르나 서킷은 트레킹 코스이지 엠티비 라운딩 코스는 아닌 것 같다. 특히, 짐을 자전거에 싣고서 하는 라운딩은 추천하고 싶지 않다. 익스피디션도 좋지만 역시 라이딩은 즐거워야 하지 않겠는가.

 

  고산증은 전혀 격지 않았다. 토롱라(5416m)를 넘기 전에 키초탈(얼음호수/4600m)과 틸리초탈(틸리초호수/4995m)을 오르면서 완벽하게 적응이 되었고, 나의 심호흡법, 그리고 평소에 자전거를 타면서 심폐기능이 충분히 발달되어 있었기 때문이라 생각된다. 그래서 아무런 약물에 의존하지 않았다. 머리가 아플 징조가 조금이라도 나타나거나, 호흡이 곤란해지려 하면 펌프질 하듯이 심호흡을 하였던 것이 주효하였다.

 

  날씨는 충분히 만족할 만큼 맑았다. 포카라에 도착하기 전의 이틀 정도가 흐렸고, 비는 포카라에 들어오는 저녁늦게 만났을 뿐이다. 그런데 포카라에서는 지난 1주일간 계속 흐리고 비가 와서 한번도 푸른 하늘을 볼 수 없었다고 했다. 이 시기에 비가오고 날씨가 흐린 것은 이변이라고 한다. 카트만두에서 만난 입승 스님은 쿰부히말의 루크라에서 카트만두로 돌아오는 비행기가 기상 탓으로 1주일간이나 결항하여 할 수 없이 5명이 $3,000에 헬리콥터를 대절하여 카트만두로 귀환하였다고 한다. 이제 기상이변은 세계 곳곳에서 일어나고 있나 보다.

 

  출발전부터 이번 트레킹에 우려하였던 것이 숙소문제였다. 더구나 카트만두 네팔짱에서 만난 어느 스님은 지금이 성수기이기 때문에 숙소잡기가 무척 어려울 것이라고 했다. 특히, 홀로인 경우는 방을 잘 안준다고 겁을 주었고, 쿰부히말에는 혼자서 가면 방을 잡기가 어려우니 아예 가지 말라고 조언하였다. 그러나 안나푸르나 서킷만큼은 그렇지 않았다. 숙소는 걱정이 될 정도로 많이 비어 있었다. 방을 구하지 못한 곳은 두 군데, 틸리초 베이스캠프와 쉬르카르크(호텔틸리초)였는데, 그곳에서도 도미토리룸을 얻을 수 있어서 별로 문제될 것이 없었다.

 

  예상과는 달리 한국인 트레커는 단 한명도 만나지 못했다. 일본인도 만나 보지 못했고, 중국인 일행을 한 번 보았을 뿐이다. 서양인들은 10월 10일 이후부터 주로 10월달에 오는데, 한국인들은 11월 15일이 지나야 오기 시작한다고 한다. 서양인들은 시즌에 맞춰서 오고, 한국 사람들은 개인의 스케줄에 맞춰서 오기 때문인 것 같다. 동포들을 만났으면 격려도 받고, 한국음식도 좀 신세지고(포터를 대동하므로 음식물을 가지고 올 수 있음) 했을 텐데 그러지 못해서 아쉬웠다.  

 

  애초에 안나푸르나 서킷을 마치고난 다음에 쿰부히말의 에베레스트 베이스캠프와 3-Pass를 트레킹하려던 계획은 취소하였다. 무엇보다도 만년설산을 수없이 많이 보았고, 산속생활의 불편에 조금 지치기도 하였기 때문이다. 그런 상태에서 쿰부히말을 트레킹하는 것보다는 다음 기회에 새로운 기분과 활력을 가지고 다시 시도하는 것이 더 큰 감동을 받을 수 있을 것 같아서이다. 즐거워야 할 일이 수행해야 할 하나의 일이 되어서야 되겠는가. 다만, 그렇게 하면 다시 네팔에 가는 교통비 120만원 정도의 비용이 더 들어가는 것이 부담이 되기는 한다.

 

  사진은 부지런히 누구보다도 많이 찍었다. 트레일의 도로상태를 보여주는 사진이 지나치게 많은데, 이것은 내가 트레킹 정보를 수집하면서 트레일 상태가 무척 궁금하였기 때문이다. 누군가가 이런 사진을 보면 그 상태를 충분히 짐작할 수 있도록 하고자 함이었다. 유의할 점은 도로의 경사가 완만하게 보여도 실제로는 끌바를 해야할 경우가 많다는 것이다. 짐을 실었기 때문이기도 하고, 고소이기 때문이기도 하다. 해발 5000m에서의 산소량은 해수면의 53%정도에 불과하다. 그러므로 무리하게 라이딩을 하다가는 고소증이 오기 십상이기 때문에 삼가는 것이 좋다.  

 

  라운딩 도중에 몇번이나 나는 참으로 행운아이구나 하는 행복감이 들었다.

님에게 감사한다!

 

                                                                                     2011년 11월 14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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