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orthern Europe

베르겐1(Bergen)

박희욱 2013. 9. 3. 02:11

 

 

 

 

                                         





6월 7일(금) 흐림

 

오래간만에 아침에 빗방울이 떨어지지 않는 날이다. 그래도 텐트가 젖어 있는 것을 보면 간밤에 빗방울이 떨어졌나 보다.

눈을 떠보니 아침 6시. 아침 7시 45분 출발이니 30분 전에는 선착장에 나가야 하므로 늦어도 7시에는 캠핑장을 나서야 한다.

1시간만에 모든 출발준비를 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화장실도 가지 않고, 아침식도 하지 않고 서둘러서 출발준비를 했는데도

패니어를 자전거에 부착하고 나니 7시 15분이다. 부두에 도착하니 7시 30분이 지났다.

 

스타방게르에 산다는 양반이 내게 관심을 가지고 말을 붙여온다.

어떤 말 끝에 손자가 몇이냐고 하니까 둘 반이란다. 곧 하나 더 생겨서 3명이 된단다. 자식은 1남 3녀. 그래서 나도 반개라고 했다.

손자가 귀엽고 사랑스런 것은 동서양이 마찬가지인 모양이다.

 

티켓은 선내에서 발매하는데 유래일 패스를 보여주니까 50% 디스카운트다. 게다가 자전거운임은 받지 않는 것이 의외다.

그래서 Nkr 420이다. 갑자기 횡재한 기분이다. 베르겐 도착은 12시 10분 예정인데 출발할 때의 승객은 얼마 되지 않았으나

베르겐에 가까워질수록 여러번 정박하는 사이에 승선 인원이 불어났다.

배는 쾌속선인데도 불구하고 아무런 요동도 없이 수면위로 빠르게 달린다. 섬들이 엄청나게 많아서 파도가

수많은 섬들을 뚫고 오는 동안에 차단되어서 바다가 호수처럼 잔잔하다. 배의 속도는 35노트라 한다.

 

그동안 하루에 한 번은 빗방울이 떨어지지 않는 날이 없었다.

그러나 알래스카처럼 음산하지는 않고 간간히 구름 사이로 푸른 하늘빛을 빼꼼히 보여준다.

푸른 하늘 저멀리 수평선 너머로 피어오르는 뭉게구름, 하늘빛이 비치는 잔잔한 해수면,

점점이 보이는 수많은 섬들 사이에 요동없이 달리는 쾌속선속에서 보는 풍경은 무척 좋았다.

곳곳의 수많은 섬들에는 집들이 뛰엄뛰엄 들어서 있다.  

남한의 거의 3.5배나 되는 땅덩이에 인구는 겨우 470만 정도 밖에 되지 않는 나라에서 의외로 집들이 많이 보인다.

쾌속선이라 선실 바깥으로 나갈 수가 없는데다가 깨끗하지 못한 창문 때문에 사진을 찍지 못해서 아쉽다.

그러나 시간이 좀 지나자 하늘에 구름이 다시 모이기 시작해서 하늘이 빛을 잃으니 바다 색갈도 죽어간다.

 

선내에서 커피를 한 잔 했는데 이곳에서도 Nkr 25이다.

이어폰에는 러시아 볼쇼이 합창단의 음악이 흐른다. 중후하고 깊숙한 음색이 좋다.

옛날에는 아이스크림처럼 달콤하고 부드러운 로제와거너 합창단의 소리를 더 좋아했는데 세월이 흐르면서 바뀌어버렸다.

파트리크 쥐스킨트가  쓴 '깊이에의 강요'라는 소설책이 있는데 깊이를 강요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누구나 저절로 점점 깊이 있는 것이 좋아지게 되어 있다. 가벼운 것은 얼마지나지 않아 바람결에 날아가버린다.

 

 

스타방게르에서 베르겐으로(From Stavanger to Bergen)

 

베르겐행 오전 7시 45분 출발 고속페리

 

 

 

 

 

 

 

 

 

중간에 5군데 정도 정박을 하였고 그때 마다 승객이 불어났다.

 

 

 

 

어느 항구

 

 

 

 

 

 

 

 

 

 

 

 

 

 

경치가 좋아도 고속선의 창문 밖으로는 사실상 촬영이 불가능했다.

 

 

 

앞좌석의 귀염둥이 형제

 



 

요렇게 까부는 놈들은 꿀밤을 맥여야 하는데...

 

 




 

 



 

 

 

 

 

애플보다는 삼성이 좋은데 아직 모르는 모양이다.

 

 

 

 

 

 

 

 

베르겐(Bergen)

 

예정시각보다 조금 늦은 오전 12시 25분에 베르겐항에 도착하였다.

베르겐에는 적당한 캠핑장이 없어서 YMCA호스텔을 찾아갔는데 바로 곁에 두고서 조금 헤메었다.

여기는 거의 모두가 관광객인 듯해서 아무나 잡고 물어볼 수도 없다.

가난한 여행자라 물가비싼 이곳에서 제일 싼 침대를 구하니 Nkr 190 이다.

방문을 열어보니 불도 켜있지 않아서 어두컴컴한데 침대가 36개이고 정리가 되어 있지 않아서 침대 쉬트가 어지러히 널려 있다.

옛날 프랑스 니스에서 침대가 근 50개나 되는 곳에서 자본 적도 있는데 이제는 도저히 제대로 잠을 이룰 수 없을 것 같아서 후퇴하고 말았다.

나도 이제는 조금 늙었나 보다. 다시 리셉션에 가서 4인실 침대 1개를 무려 Nkr 320에 샀다. 그동안 계속 텐트에만 머물렀고,

여기는 텐트장도 없어서 호스텔에 머물고 싶어서 고가 숙박료를 감수하기로 했다.

베르겐에서 만난 한국인 여행자는 매일 20만원 이상짜리 호텔에서 숙박을 한다고 한다.

 

관광안내소에 가서 필요한 관광정보를 뒤직여 본 다음에 DNT에 가서 Finse역의 상황을 알아보니 역시 자전거 통행이 불가능하다고 한다.

그곳은 적설 때문에 눈이 녹는 7월 중순경이 되어야 자전거 통행이 가능하단다.

서브웨이에 가서 아침겸 점심을 해결하고 베르겐 역으로 가서 6월 9일 출발할 열차를 예약하였다. 

 

 

 

 베르겐 중심지도

 

 

 

 

 

 

 

YMCA호스텔 간판이 저렇게 작으니 옆에 두고도 못찾기도 한다.

 

 

 

 

다인실 돔룸

처음 문을 열어보았을 때는 어두컴컴한데다가 침대쉬트가 지저분하게 널려 있어서 도저히 입실할 기분이 나지 않아서 발길을 돌리고 말았다.

자전거는 여기에 눟아두었다.

 

 

베르겐역

 

 

 

 

 

 

 

 

 

 

 

 

 

열차 예약비가 Nkr 50, 자전거운임이 무려 Nkr 185.

어이없어 하면서 비싸다고 하자 근무자는 노르웨이는 모든 것이 비싸다고 한다.

누가 그걸 모르나, 너무 비싸다는 거지!

 

목적지 Haugastol에 정차하는 열차는 오전 12시에 출발한다.

 

 

 

베르겐 호수공원과 광장

 

 

 

 

 

 

 

 

 

 

 

 

 

 

 

 

 

 

 

 

호수공원에서 베르겐 항구의 어시장으로 되돌아 가는 길

 

 

 

 

 

 

 

 

 

 

 

 

 

 

 

 

출입문이 잠겨 있다.

 

 

 

 

 

 

 

 

 

 

 

 

 

 

거의 모든 사람이 관광객들이라 길을 물을 만한 사람을 찾기가 어렵다.

 

 

 

 

독일에서 배부르게 했던 케밥조차도 노르웨이서는 나를 배신한다.

독일가격의 거의 3배를 털어간다.

맥주켄 2개를 샀는데 Nkr 55.

 

대한민국 좋은 나라!

대한민국에서 못살겠다고 하는 사람은 세계 어디에도 살 곳이 없다.

 

 

 

 

부자지간의 상호신뢰감

 

 

 

 

 

 

 

 

 

보이는 천막이 베르겐 항구의 어시장이다.

 

 

 

 

돌아온 부두

여행안내소 인포메이션 센터이다.

 

 

 

 

저 침대 하나에 Nkr 320 이다. 실내에 조리대가 있어서 좋다.

 

 

호스텔에 돌아오니 스웨덴에 교환학생으로 와 있다는 '남미'양이 베르겐에 여행을 왔다. 그녀의 인터넷폰으로 올레순의 이수미씨와 통화를 했다.

내 방에 어떤 룸메이트가 와 있을까 궁금하다. 아무도 들어오지 않으면 좋으련만. 아니야, 이런 관광지에 투숙객이 별로 없을 턱이 없지. 아니야,

많이 있어도 이 불쌍한 바이크를 특별히 배려해서 다른 방으로 배치할지도 몰라. 

방으로 들어와 보니 아무도 없다. 밤 12시가 다 되었다. 그래도 바같에는 많이 어둡지도 않다.

옳거니, 이 시각 이후에는 아무도 들어오지 않겠지. 그러면 Nkr 320이 전혀 아깝지가 않다. 아차!

그 순간 문이 열리는 소리가 들린다. 실망이다. 앗! 아가씨가 2명이나 들어온다. 대박이다. 젊은 여인 2명과 함께 동침하다니!

웃! 아니다. 둘다 박색이다. 영국 리버풀에서 공부하는 학생인데 10일간 여행을 하고 있다고 한다. 그래도  다행은 다행이다.

별 생각없이 잠을 잘 수 있겠다. 그래도 좁은 공간에 머스마들과 함께 자는 것보다는 훨씬 낫겠다.

 

 

6월 8일(토) 조금 흐림

 

베르겐에서는 혼자서는 별로 할 것이 없다. 많은 박물관이 있지만 별로 관심이 없다. 수족관에나 가볼까 하다가 관두었다.

거기 가서 무슨 새로운 것을 볼 수 있겠나. 미국 샌디에고에 있는 시월드(Sea World)에서 볼 수 있는 모든 바다고기를 다 보았지 않은가.

거기는 이른 아침부터 밤 늦게까지 볼  것이 있는 엄청난 크기의 수족공원(?)이었다. 괜스레 관광객 주머니를 노리고 만든 것이겠지.

그렇다면 오늘 내가 할 것은 플리엔산에 올라보고, 미술관이나 보고, 그리그의 집을 방문하는 것으로 오늘의 관광을 끝내자.

 

오늘 아침의 하늘은 흐리고 안개구름이 가득하다. 간밤에 비가 와서 모든 것이 젖어 있다.

베르겐은 일년 365일 중에서 비오는 날이 평균 275일이란다.

룸메이트 아가씨들은 아침 7시 반에 서둘러 관광을 나가버렸다. 숨쉴 틈도 없이 돌아다녔던 옛날의 나를 생각케 한다.

그러니까 실제로는 독방을 쓴 것과 마찬가지다.

 

남방셔츠와 방풍자켓을 빨아서 널어 놓고 그리그의 집으로 향하는데 또 길을 잘 못들었다.

내가 예정한 길이 아니라는 것을 알아차렸으나 그리그의 집 방향으로 계속 달리는데 이슬비가 왔다.

이슬비에 옷이 젖는다고 하니 우의를 써야겠다고 생가하면서 뒤돌아보니 떨어져 달아나고 없었다.

그 자전거용 우의는 매우 편리해서 내가 구입하고서는 무척 마음에 들어했던 것이다. 게다가 그것은 아무곳에서나 구할 수 있는 것도 아니다.

그것을 입어보고 마치 천군만마를 얻은 듯한 기분이었던 것이다.

이것은 허풍이 아니라 자전거여행자가 가장 두려워 하는 것이 비맞으면서 길을 가는 것이다. 어떻게 해야 하나.

서양인들은 길거리에 떨어져 있는 물건을 줏어가지 않는다고 하니 뒤돌아가보자.

가만히 생각해 보니 6.5km 정도 백을 하면 될 것 같았다. 눈을 땅바닥에 깔고서 되돌아 갔으나 우의는 보이지 않았다.

 

마침 가까운 곳에 엄청나게 큰 자전거 마트가 있었다. 그래도 잃어버린 그런 판초우의는 없었다.

대신에 부피가 작아서 휴대하기가 무척 간편하면서도 신축성이 좋은 자전거용 방수자켓을 Nkr 1,000에 질러버렸다.

내가 언제부터 이렇게  간이 커졌는지 모르겠다. 세계적인 어느 부자가 자식에게 오랫동안 사용할 물건이라면 가장 좋은 것을 골라라고 하지 않았든가.

나도 따라하다 보면 부자가 될 수 있을까. ㅋ

 

이미 시간도 많이 흘렀고 모르는 길을 자전거 타기도 그렇게 해서 숙소로 돌아와서 버스를 타고 가기로 하고 되돌아 왔다.

어시장에 되돌아오니까 한국의 아주머니들이 단체여행을 와 있었는데 혼자서 자전거여행을 하는 나를 보고는 놀라워 했다.

가정주부들로서는 그럴 수 밖에 없다.

 

숙소에서 점심을 떼우고 버스로 그리그의 집으로 가기 위해서 나왔는데, 그리그의 집 방향으로 가는 19번, 20번, 21번 버스정류소를 찾을 수가 없다.

관광객이 아닌 듯한 몇몇 사람들에게 물어보아도 알 수가 없어서 포기하고 말았다.

 

노르웨이 작곡가 그리그는 고등학교 2학년에 들어서면서 삼촌댁의 전축으로부터 '솔베이지의 노래'를 들어면서 알게 되었다.

그 전축은 내가 본 최초의 전축이었고, 그 노래는 나의 가슴을 감동으로 떨리게 만든 최초의 성악곡이었다.

나는 삼촌댁에서 아무도 없을 때면 그리그의 페르귄트 조곡을 듣곤 했는데 그것이 클래식과의 첫 조우였다.  

나는 촌놈이었고 그 당시에는 나만이 아니라 많은 사람들이 촌놈이었다.

 

우리집에 금성 트랜지스터 라디오가 들어온 것은 내가 초등하교 5학년 무렵이었는데 

그것이 우리집의 유일한 문화기기였으나 얼마지나지 않아서 사라져 버렸다. 빚에 쪼들린 아버님이 아무런 말씀없이 팔아버렸던 것이다.

그런 인연으로 그리그의 집에 가서 인사나 드릴까 했는데 여의치가 않다.

 

 

토요일 아침의 어시장

 

 

 

엄천난 인파가 몰려 다닌다.

 

 

 

 

베르겐의 관광꺼리는 이 어시장이 전부이다시피 한다.

베르겐은 관광도시이긴 한데 볼거리가 많은 것이 아니라 피오르드 관광을 하는 베이스캠프라고 보면 될 것 같다.

 

 

 

 

저 선원들도 하나의 관광풍물로 앉아 있는 듯하다.

 

 

 

 

 

 

 

그림 소재로 이용하면 좋을 듯하다.

 

 

 

 

 

 

 

 

 

 

 

 

 

 

 

 

 

 

동상 머리 위에 앉은 갈매기야, 니 잘 한다.

 

 

 

 

그리그의 집을 찾아가는 길의 호수공원

 

 

 

 

그리그의 집이 있는 트롤하우겐은 베르겐에서 11.4km 떨어져 있다.

여기서  조금 더 가다가 잃어버린 우의를 찾아서 되돌아 서고 말았다.

 

 

 

 

대형 자전거 마트

이렇게 큰 대형 자전거마트인데도 내가 찾는 판초우의는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