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hina(中國)

16년 화동지역-프롤로그

박희욱 2016. 5. 23. 02:18



이번에 여행한 곳

샹하이, 복건성, 강서성, 안휘성, 강소성





아무런 차질없이 무사히 여행일정을 끝마쳤다.

나의 여행 중에서 사실상 가장 짧고 편안했던 여행이지 싶다.

그러나 편안하다고 해서 다 좋은 것은 아닌 것 같다.

뉴질랜드의 어느 아주머니의 말마따나 길을 잃어서 헤매 보기도 하고, 때에 따라서는 고생도 해봐야 여행의 보람과 기쁨이 짙어질 것이다.

편안했던 것만큼 귀국의 벅찬 기쁨은 엷어질 수밖에 없었다.


뒤늦게 일정에 넣었던 용호산은 포기하였는데,

그 지역에 산다는 어느 주민이 용호산은 우이산과 비슷해서 굳이 가 볼 필요가 없다는 말을 들었기 때문이다.

그 외에는 예초의 계획대로 여행을 진행하였다.


숙박은 유스호스텔의 싱글룸과 저렴한 호텔을 이용하였는데 대략 2만원 내외였을 것이다.

중국에서는 저렴한 도미터리룸을 이용할 용기가 나지 않았다. 나도 이제 패기가 수그러들었는지 모르겠다.


식비는 한끼에 20위안 정도 들었다.

가져갔던 김병장고추장비빔밥 전투식량 10개와 라면 10개는 편리하게 이용하였다.

아침에 바깥의 식당을 기웃거릴 필요없이 호텔에서 간단히 해결할 수 있어서 좋았다.

가져갔던 라면은 버너의 가스를 구할 수 없어서 포트의 끓인 물을 붙고 이불을 덮어서 7~8분 쯤 두었더니 먹을 만 했다.


이번에 잘 이용한 중국의 고속열차는 무척 편리했다.

시속 300km를 달리는 이 열차는 중국을 변혁시킬 것으로 보인다.

앞으로 중국을 여행할 때 이것을 이용하면 좋을 것 같다.

버스도 비교적 깨끗하고 편리했다. 고속열차와 경쟁하자면 개선없이는 살아남을 수 없을 것이다.


오늘날 자본주의의 경쟁원리에 바탕한 사회는 무척 피곤하게 되었지만 다른 선택의 여지는 없어 보인다.

정글의 법칙은 인위적인 것이 아니라 자연스러운 것이기 때문이다.

다만, 개인의 능력에 따라서 어느정도의 경쟁을 할 것인가, 또는 경쟁을 포기할 것인가는 각자의 선택의 자유이다.


중국도 경제발전이 많이 이루어져서 내가 여행한 지역은 얼핏보면 우리나라와 별반 다르지 않는 것 같다.

지하철은 타면, 최신형 지하철이라 우리와 다를 바가 없고, 사람들 행색도 구별하기 어렵고, 모두 모바일폰을 들고 있는 모습 등이

한국에서의 지하철 풍경과 흡사하다.

지방 완행열차는 아직도 그런 것이 있는지 모르겠지만, 예전에 내가 타 보았던 열차의 바닥은 쓰레기장 뺨칠 정도였는데

지금은 천지개벽한 것 같았다.

화장실도 마찬가지로 깨끗해졌다. 예전에는 옆 사람의 까놓은 엉덩이를 보면서 일을 보는 화장실도 있었고,

어찌나 더러운지 나오려는 똥이 놀라서 들어갈 정도의 역겨운 화장실도 있었다.


중국정부도 시민들의 기초질서 지키기에 무척 신경을 써는 것 같았다.

심지어 순경이 역광장에서 양말을 벗고 있는 나를 제지하는 일도 있었다.

어디로 가나 文明이라는 글귀를 볼 수 있는데 이것은 civlization이 아니라 '교양'이라는 뜻으로 사용되고 있었다.

정작 civilization은 중국어으로는 어떻게 표현하는지 궁금하다.


시민들도 화장실에서 나올 때 모두가 손을 씻고 나오는 것 같았다.

어느 조선족의 말에 의하면 아직도 집에 들어가면 추접기 짝이 없다고 한다.

돼지우리에 중국인을 넣으면 돼지가 먼저 튀어나온다는 우스게가 있지만, 생각해보면 이해할 수 있겠다.

예전에는 물이 더러우니 씻어 봐야 별 소용이 없었을 것이다.

그래서 음식도 튀기거나 반드시 익혀서 먹었을 것이고, 차가 발달한 것도 물이 더러운 것에 연유할 것이다.


관광지의 입장료와 케이블카 요금 등은 무척 비쌌다.

나의 체감으로도 비싸니까 중국 서민들로서는 쉽사리 지불할 수 없는 금액일 것이다.

아마도 세계최고액일 것이다. 어느 나라의 국립공원에서도 나는 그런 고액의 입장료를 지불한 적이 없다.

필시 돈으로써 인구대국의 중국에서 입장객을 통제하는 것으로 보인다. 

그러니까 고액정책이 인민정부로서는  도랑치고 게잡는 일일 것이다.

이제 양산통도사를 들어갈 때마다 입장료에 투덜대는 일은 없게 되었다.


돈이 인민을 위하는 것이지 인민정부가 인민을 위하는 것이 아니다.

나는 인민을 위한다는 자 치고 인민을 위했던 자 못 봤고,

국민을 위한다는 자 치고 국민을 위했던 자 못 봤고,

민주를 외치는 자 치고 민주적인 인간을 보지 못했다.

돈, 즉 자본이 인민과 국민을 위한다는 말이다.

자본은 결코 인민과 국민의 적이 아니며 인체의 혈액과 같은 것이다.


인민을 억압하는 자들이 인민을 찾드시 민주를 입으로만 외치는 자들의 행태를 보면 비민주적이다.

나는 민주주의의 기본정신은 상대방 존중에 있다고 본다.

이제는 민주라는 말을 쉽게 입에 올리는 자들을 의심해야 한다.

그들은 상대방 말에는 관심이 없고, 오직 자신의 목청만 높이는 자들이다.

그들이 말하는 인민이니 국민이니 민주니 하는 것은 낚시줄의 낚시밥에 불과하다.


중국에서는 '인민'이라는 말을 영어의 관사처럼 아무데나 같다 붙인다.

이를테면 인민광장, 인민극장, 인민정부, 인민무력부, 인민위원회, 인민공화국 등.

도대체 '인민'이란는 말을 붙일 필요가 어디에 있는가.


중국공산당에서는 인민을 위하겠다는 생각보다는 

오히려 인민을 계도할 대상으로 보는 것에 틀림없어 보였다.

쉽게 말하면 정부에서 하는데로 얌전히 잘 따르고, 불평불만하지 말고,

일은 열심히 하는 대신에 주는 것에 만족하고 살아라는 투였다.

그것을 여실히 나타내는 것이 아래의 포스터이다.




이 포스터는 인민들은 소처럼 일하라, 꿈은 너희들이 가지는 대신에 돈은 우리가 챙기겠다는 식으로 보인다.



내가 만났던 어느 조선족의 말에 의하면 중국은 대한민국을 미국의 속국 정도로 보며 자신도 그렇게 생각한다는 것이었다.

그들은 미국 때문에 한반도가 통일이 되지 못했다고 보고, 나는 중국 때문에 통일이 되지 못했다고 보니 서로가 정반대인 셈이다.

중국의 공산화는 잘된 일인가, 잘못된 일인가.

잘못된 일은 중국의 참전 때문에 통일이 되지 못했다는 것이고,

잘된 것은 대한민국이 지구상 최빈곤 국가에서 10위권에 이르는 경제대국이 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했다는 것이 아닐까 한다.

노동력 대국 중국이 문을 닫고 있지 않았다면 노동집약적 산업으로 공업을 발전할 수 밖에 없었던 대한민국은 경제개발의 기회를 얻지 못했을 것이다.



중국은 땅덩이가 넓은 만큼 대단한 곳이 많다. 그러나 그 풍토가 내마음에 썩 내키지는 않는다.

중국의 전체적인 인상은 중국의 정원이나, 중국의 수석이나, 중국의 분재와 같은 인상이다.

그 인상은 무언가 답답하고 복잡하며 시원한 맛이 없어서 광막하고 광활한 풍광을 좋아하는 나의 취향에는 그렇게 어울리는 편이 못된다.

중국인들의 편향적인  붉은색 색채취향도 차분한 배색을 좋아하는 내게는 맡지 않고, 너무 시각을 어지럽힌다.

 

중국은 대충 모두 둘러본 셈이다. 티벳자치구나 신장위구르자치구는 아직 가보지 않았지만 그곳은 중국이라는 생각이 들지 않는다.

그렇다면 이제 중국에서 꼭 가봐야 할 곳은 화산이 남았다.

이제 다른 사람과 동행하면 모를까 나홀로 중국을 여행할 일은 없을 듯하다.


이번에 들렀던 곳의 간단한 소감은 아래와 같다.




우이산(武夷山)

화동지역에 간다면 반드시 둘러볼만한 대단한 산이었다.

천유봉 등산이 좋았고, 특히 구곡계 대나무 래프팅이 무척 매력적이었다.

그러나 이보다 더 멋진 곳이 있으니 구이린 양숴의 찐마오강 대나무 래프팅이다.


싼칭산(三淸山)

홀로 여행을 하다보면 아름다운 풍광에 눈시울을 적실 때도 있고,

가슴이 울컥할 때도 있으며, 극히 더물기는 하지만 울음을터뜨릴 때도 있는데 싼칭산이 그랬다.

암봉을 휘감아치는 운무를 홀로 보자니 나도 모르게 울음을 터뜨렸다.

아마도 할 말을 잊을 때, 그때 울음이 터지는 모양이다.

만일 황산의 천도봉에서 올랐을 때 나홀로였다면 통곡을 했을지도 모르겠다.

등산하는 동안에 아직 가보지 못한 우리의 금강산과 비교하면 어떨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홍춘(宏村)

우리로 치자면 중국민속촌 같은 곳이다.

비가 오는데도 불구하고 수많은 중국인 관광객이 몰려드는 것을 보면 대단히 유명한 관광지인 것 같다.

한 번 쯤 충분히 들러볼 만한 곳이며,

이번 여행에서 한국인 단체관광객과 마주친 곳이 홍춘과 황산, 그리고 항저우의 서호이다.


시디춘(西遞村)

홍춘의 축소판이라 보면 되겠다.

홍춘을 본다면 시디춘이 가깝게 있다고 해도 둘러볼 필요는 없을 것 같다.


황산(黃山)

내가 세계제일이며, 자신있게 지구의 보석이라고 말하는 곳이다.

앞으로 내가 다시 찾아볼 산이라면 여기 밖에 없을 것이고, 언젠가는 겨울의 황산을 다시 보고 싶다.


쥬화산(九華山)

말로 형언할 수 없다는 말에 가보기로 결정한 곳인데, 이번 여행에서 가장 실망한 곳이다.

물론 불자라면 달리 생각할 수 있겠으나, 나같이 산을 보러온 사람이라면 방문이 불필요한 것 같다.


난징(南京)

중국인들이야 관심거리가 많겠지만 나로서는 부자묘와 그 주변, 그리고 중앙문 근처의 동문로가 좋았다.


쑤저우(苏州 )

졸정원은 내가 본 중국 최고의 정원이었으며, 사자림도 규모는 작아도 매우 훌륭한 정원이었다.

그리고 쑤저우에 간다면 쑤저우박물관은 생략할 수 없다.


저우좡(周壯)

중국 최고의 물의 도시로서 충분히 동양의 베니스라는 별칭을 가질 수 있는 곳이었다.

이번에 여행한 곳 중에서 산을 제외한다면 가장 멋진 곳이라고 여겨진다.

놓지지 말아야 할 곳이다.


항저우(杭州)

말할 필요도 없이 서호를 보아야 하고, 영은사도 놓쳐서는 안될 곳이다.


샤오싱(绍兴)                                                

쥬화산과 함께 이번 여행에서 가장 실망한 곳이다.

실망했다는 표현이 적절하지 못하다면 굳이 가볼 만한 곳이 못되었다.

만일 루쉰에 관심이 있다면 얘기는 달라질 수 있다.


샹하이(上海)

출입국을 하면서 그냥 스쳐지나가는 마음으로 들린 곳이다.

가장 좋았던 곳은 샹하이박물관과 루쉰공원이었다.

상해임시정부를 찾아갔으나 안이한 생각으로 갔기 때문에 찾지 못하고 그냥 돌아와야 했다.



*                           *                           *



사람들은 서로 남들보다 더 쓸모 있는 일을  더 많이 하겠다고 다투지만,


나에게는 쓸모없는 일일수록 더 가치가 있다.


그래서 나는 쓸모있는 교수직을 그만 두고 지금은 쓸모없는 일을 하고 있다.


이렇게 돈을 써가며 힘든 여행을 하는 것도 사실상 쓸모없는 일이지 않는가.




알고보면 쓸모있는 일은, 사실은 쓸모없는 일을 위한 것이다.1


그러나 사람들은 쓸모있는 일을 위하여 쓸모없는 시간을 소진하고 있지 않은가.


그러면서도 사람들은 더 오래 살고 싶어한다.


나에게 있어서 쓸모 없는 일 중에서 지극한 것은 다름아닌 영면이다.


  1. 주중은 주말을 위한 것이다. [본문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