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야기

회상

박희욱 2016. 10. 30. 06:47

                                            <회상>


내가 우리 사회, 나아가서 인류문명에 대해서 비판적 시각이었던 것은 전적으로 내 삶의 문제에서 비롯된 것이였다.

내 삶이 괴로우니까 나의 외부세계를 비판적으로 볼 수 밖에 없었다.

그것은 마치 짐을 잔뜩 지고 누군가에게 끌려다니는 당나귀 신세 같은 느낌이었다.

                                 

나의 괴로움이란 자유롭게 훨훨 날아다니면서 내 삶을 영위할 수 없다는 것이었다.

그만큼 나는 나의 자유를 갈망한 것이다.

괴로운 나머니 내 자신에게 '스스로를 자유롭게 하라'고 되뇌이곤 했는데,

그럴 때면 내 가슴에 진땀이 맺히는 기분이 들었다.


내가 아무리 그런 우리의 사회와 문명을 비판한다 해도 그 속에서도 삶을 즐기고 있는 사람들은 얼마든지 있을 것이다.

나는 세상은 나 자신의 거울이라고 믿는다.

내가 아무리 세상을 비판한다 해도 그것은 다리위를 지나가는 개가 수면위에 비치는 자신의 모습을 보고 짓는 격에 지나지 않는다.

개가 입에 물고 있는 생선을 놓치듯이 우리는 자신의 삶을 그런 식으로 놓치는 것이 아닐까 한다.


나의 사회와 문명에 대한 비판적 시각은 이제는 먼 과거의 일이 되어버렸다.

물론  지금도 그 시각은 변하지 않았다.

그러나 이제는 그것을 지나간 아련한 옛 추억처럼 쳐다볼 수 있다.


사람들은 지나간 과거의 추억은 아름답다고 한다.

그러나 그것은 아름다워서 아름답다고 하는 것이 아닐 터이다.

추억은 마음을 비운 무심으로 쳐다볼 수 있기 때문에 아름다운 것이다.

실재로는 추억이 아름다운 것이 아니라 무심이 아름다운 것이다.

세상을 무심으로 볼 수 있다면 모든 것이 언제든지 아름답지 않은 아름다움으로 나타난다, 마치 지나간 추억처럼.


나도 이제 세상을 무심으로 볼 수 있는 나이가 되었다.

나는 결국 나의 자유를 얻었지만, 그 자유는 구속과 반대되는 자유가 아니라 자유와 구속을 넘어서는 자유이다.

내가 그토록 갈구했던 자유는 나의 내면 속에 있었던 것이다.

그리고 가끔 생각한다, 세상은 자신이 진정으로 원하는대로 이루어진다고.

그리고 나는 그렇게 이루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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