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기사 박정환 9단은 한국 바둑랭킹 1위를 지금 몇년째 계속 유지하고 있고,
세계랭킹으로 말하면 중국의 커제와 함께 1~2위를 다툰다.
그의 바둑은 무결점의 바둑으로 칭송되고 있을만큼 한국 바둑애호가의 기대를 한 몸에 받고 있다.
어느 바둑 기전에서 그는 중국기사한테 져버리고 말았다.
나는 속으로 화가 났고, 박 9단이 미워졌다.
(짜식이 그 따위한테 져버리다니! 믿을 만한 놈이 못돼!)
그 순간 그런 생각을 하는 나 자신을 돌아보니 참으로 어처구니가 없다.
박 9단이 자기가 이기겠다고 나한테 약속이라도 한 것인가?
박 9단이 지고 싶어서 졌는가?
박 9단이 한국의 대표라고 스스로 자임이라도 한 것인가?
아무것도 아니지 않는가?
그런데 나는 왜?
이 나이가 먹도록 마음은 어린애 시근보다 못하다!
이 철딱서니 없는 마음을 언제까지나 짊어지고 다녀야 하나!
철들자 노망한다는 옛말이 거짓말이 아니구나!
이 더러운 마음을 떨쳐버리자면 노망하거나 죽는 수 밖에 없겠다.
죽는게 좀 더 낫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