침묵으로 가는 길

렌즈구름과 나

박희욱 2018. 3. 27. 09:11





저 산 위의 렌즈구름은 마치 산에 걸려 있는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저 구름은 끊임없이 새로운 물방울로 교체되는 순간적으로 존재하는 구름의 한 형태이다.


좌측으로부터 불어오는 바람에 포함된 수증기가 산에 부딫혀서 위로 상승하게 되면, 


단열팽창으로 인하여 기온이 하강함으로써 물방울로 응축되어 구름을 형성하는 것이다.



산의 정상을 지나서 아래로 내려오면 반대로 단열압축 되어 기온이 상승함으로써 다시 수증기로 변해서 사라져버린다.


그럼으로써 관측자의 눈에는 저 렌즈구름이 산의 정상에 항상적으로 걸려 있는 것처럼 보인다.



나의 존재 또한 저 렌즈구름을 닮았다.


나 또한 우주의 기운이 잠시 응축되어서 나타난 순간적인 현상일 뿐 곧 흔적도 없이 사라지고 말 것이다.



그러나 나는 렌즈구름이 아니라 저 렌즈구름을 의식하는 의식이며,


그 의식은 시공을 초월한다.


색즉시공 공즉시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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