침묵으로 가는 길

니르바나

박희욱 2018. 3. 15. 03:46



                            

이 사나이처럼 되돌아서 올라오면 윤회는 계속된다.



그대는 이미 탄생의 바다로부터 너무 멀리 올라와버렸다


출렁이는 강물을 거스러고, 흐르는 시냇물을 헤치고 개울물을 거쳐서 골짜기까지 올라왔다


비록 그대가 인생에서 성공하였다 하더라도 그대는 너무 힘들고 고달프다


이제 더 늦기 전에 그대가 태어난 고향, 대해로 내려가라


그렇지 않으면 산란을 마친 연어처럼 문들어져서 죽음을 맞이하게 될 것이다



밤하늘을 향해 사지를 뻗고서 별빛을 바라보며 떠내려 가라


흐르는 물길에 몸을 맡기되 헤엄치려 하지 마라


그대가 헤엄을 친다면 강물로부터 길을 잃고 관계수로로 흘러들 것이다


그러면 그대는 결코 대해에 이르지 못하고 용수로 이용되고 만다



그대가 대해에 이르면 바다 표층에서 떠돌지 말고 심해로 잠수하라


빛을 등지고서 깊디 깊은 심해로 내려가라


그리하여 물결 하나 일지 않는, 빛줄기 하나 닿지 않는, 끝없는 심해의 바닥으로 침잠하라


그러면 그곳이 춧불이 꺼진곳, 즉 니르바나이며, 그곳이 곧 그대의 본래면목이다



예수처럼 스스로 십자가에 올라가라


기도하는 자가 구원되는 것이 아니라 용기 있는 자만이 구원된다


그곳은 빛이 있기 이전의 곳이며, 그곳이 바로 윤회가 끝나는 곳이다


색즉시공 공즉시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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