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 단상

부음

박희욱 2018. 12. 5. 18:25

둘째 삼촌의 부음을 받았다.

공장의 화물용 엘리베이트를 수리하시던 중 정지장치의 고장으로 추락사 하신 것이다.

셋째 삼촌의 장례식도 해외여행중이라 참석을 못했는데 이번에도 참석하지 못해사 장손인 나로서는 가족들에게 면목이 없다.

향년 75세이신데, 안타까워할 가족만 아니라면 나이가 무슨 문제이겠는가.


우리는 죽음에서 왔고, 죽음은 살아있는 지금의 삶속에 포함되어 있다.

막대자석에서 S극과 N극은 공존한다.

그 막대자석을 반으로 나눠서 한 쪽을 취하면 거기에는 또 S극과 N극이 들어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삶과 죽음은 분리할 수 없는 별개의 것이 아니다.

삶이 없으면 죽음이 없고, 죽음이 없으면 삶이 없다.

죽음이 없으면, 즉 불사약을 삼킨다면 삶 또한 정지되어서 삶을  더 이상 지속할 수 없다.

그러니 죽음을 두려워하거나 거부할 이유가 없다.


어느 영감님이 9988234라는 말을 입에 달고 있어서 나는 7788즉4라고 했는데 정말 그렇게 되기를 바란다.

사람은 언제 죽어도 아쉬울 것 없이 살아야 한다.

내일을 가지고 사는 사람, 즉 내일의 희망을 가지고 사는 사람은 죽음이 두려울 수 밖에 없다.

그 77이 이제는 11년밖에 남지 않았다.

내가 그 이상 더 살아봐야 뭐가 달라질 것인가.

변함없는 삶이란 죽음과 다를 바가 없다.

사람들은 죽음과 같은 삶을 살면서 죽음을 두려워 한다.

그 삶이 죽음과 같기 때문이다.

살아 있는 삶을 살 수 있는 사람이라면 죽음이 두려울 리가 없다.

순간은 영원과 통한다.


내가 초등학생 때 보았던 영화 '순간에서 영원으로'라는 영화가 생각난다.

그 스토리는 전혀 기억에 없고 마지막 장면만 어렴풋이 기억난다.

이제 와서 그 스토리를 잠시 뒤져 보았더니,

주인공 미공군 대위 스트브 맥퀸은 순간에 사는 사람이다.

독일군과의 공준전을 게임 하듯이 즐기는 사람인데, 마지막 장면에서 독일군의 기총사격을 받고서 

추락하는 전투기에서 탈출할 수 있는데도 불구하고 비행기를 구하려다가 절벽에 충돌하면서 장열히 전사하는 것이었고, 그 장면이 어렴풋하다.

흑백영화라서 정확한 것은 알 수 없지만 그 절벽이 이번에 가보았던 세브시스터가 아닌지 모르겠다.

그는 순간에서 영원으로 가버린 것이다. 

그러나 그것은 갔다고도 표헌할 수 없다, 순간과 영원은 같은 것을 표현하는 동의어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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