따온 글

매천 황현

박희욱 2019. 8. 25. 11:37

<매천 황현 선생의 절명시>


난리는 밀려들고 백발이 되어버린 나이

버려야 할 목숨 아직도 이어오네

다른 길 없어 오늘 끝을 맺으려 하는데

바람에 흔들리는 촛불 하나 하늘 향해 손짓하네


요망한 기운에 제왕의 별은 사라지고

구중궁궐 적막하여 낮 시간마저 더디 가는데

이제는 황제의 조칙도 다시 볼 수 없다니

마지막 쓰는 시축에 눈물 자국 천 갈래라


산새 짐승 슬피 울고 산도 바다도 얼굴 찌푸리며

무궁화 피는 나라 이제 망해 버렸다

가을 등잔 밑에 책장 덮고 앉아 천고를 회상하니

인간 세상 지식인 노릇 어려운 일이로다.


일찍이 나라에 작은 공훈도 없었으니

살신성인한다 한들 충성했다 이르겠는가

마침내 이제사 송나라 윤곡의 뒤를 따라가지만

그때 진동처럼 상소하지 못한 일이 부끄럽다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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