잡글

기타연습

박희욱 2019. 11. 12. 08:50

얼마전부터 클래식 기타를 배우고 있다.

전력투구하리라고 마음을 다잡고 시작했지만,

예상대로 여간 어렵지 않아서 힘든 배움의 길을 끝까지 완주할 수 있을지 의구심이 사라지지 않는다.

좀처럼 무엇을 선뜻 새로 시작하는 성격이 못되는 나로서는 클래식기타가 마지막 미션이 될지도 모르겠다.


아직 젊은 기타 선생님은 기타줄 탄현을 극도로 천천히 하도록 항상 주문하고 있지만,

무엇이든지 빠른 것이 좋다는 생각이 몸에 밴 나로서는 그것이 결코 쉽지 않다.

천천히 시작해도 부지불식간에 빠르게 탄현하게 되고, 그러다 보니 틀리기 일수다.

선생님은 그런 나에게  아기가 첫걸음마를 배울 때처럼 하라고 타이른다.

손가락의 운지를 빨리하는 연습을 한다고 해서 빨라지지 않는다는 것이다.


기타뿐만 아니라 모든 악기의 연습에서는 느리게 치는 것이 철칙인 모양이다.

아마추어 기타리스트 김종구씨는 빠른 속도로 치려면 느리게 쳐라,

빨리 치겠다는 욕심을 버리는 것이 결국 빨리 칠 수 있는 지름길이라고 강조한다.

그런데 느리게 치는 것이 결코 쉽지가 않다는 것을 알고, 천천히 치려고 해도 손가락이 앞으로 내닫는다.

그것은 마음이 먼저 앞으로 내닫기 때문인데, 그것이 마음의 속성이다.

김종구씨조차도 기타를 배운기 시작한지 10년이 되어도 레슨선생으로부터 천천히 치라는 지적을 받는다고 한다.


오늘은 선생님이 악기는 마음수양의 도구라고 의미심장한 말씀을 하셨다.

정말로 내가 흠모하는 기타리스트 Per-Olov Kindgren의 연주 모습을 보고 있으면 마치 승무를 보는 듯한 느낌이 든다.

내가 생각해도 구도의 자세가 아니면 기타를 제대로 배우지 못할 것 같다.


레슨을 마치고 귀가 길에 가만히 생각해보니 악기만 그런 것이 아니다.

세상 모든 일에서 정상에 올라간 분들을 보면 선승의 풍모를 엿볼 수 있지 않은가.

어쩌면 우리의 인생 또한 그런 악기와 같은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사람나름이겠지만 기타연습이 그러하듯이 인생살이 또한 길고 긴 고단한 여정이지 않을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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