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주 목요일에 있는 재활용 쓰레기 수거하는 날이 마치 이삼일만에 돌아오는 것 같습니다.
여느날과 같이 오늘아침에도 재활용 쓰레기를 버리러 나갔더니 아파트 윗층의 할머니가 내게 인사를 합니다.
요즘은 같은 아파트, 같은 동에 사는 사람끼리도 인사하는 경우가 별로 많지 않은 것 같은데,
이 할머니는 내게 과분할 정도로 항상 반갑고 인정어린 어투로 먼저 인사를 건네 옵니다.
이 아파트에서 처음 뵐 때부터 비록 연세는 많아도 젊었을 때의 미모가 여실히 묻어나는 분이었습니다.
오래전부터 얼굴을 뵐 때마다 조금씩 늙어가는 모습이 눈에 보이는 듯하더니
오늘은 영 좋아 보이지 않아서 안타까운 마음이 들었습니다.
역시 세월에는 장사가 없으니 내 모습 또한 그분의 늙음과 다름이 없겠지요.
지구조차도 온난화다, 개발이다, 미세먼지다 하면서 늙어가고 있으니 나의 늙음도 당연한 것이 아니겠습니까.
근래, 우리 사회의 쇠퇴도 그런 늙음의 하나일까요?
예전에는 세상만물이 새로워지고 진보하는 것 같았는데,
요즘은 세상만물이 쇠퇴하는 것 같아서 씁쓸하고 아쉽기도 합니다.
세상이 쇠퇴해서 내가 늙는 것인가, 아니면 내가 늙어서 세상이 쇠퇴해져 보이는 것인가.
세상과 나, 이것도 不二인가.
그러나 내게는 진보도 쇠퇴도, 젊음도 늙음도 없는 곳,
시간이 사라진 곳아 있숩나다. 바로 텅빈 내 마음 깊은 곳입니다.
올해는 그 텅빈 마음속으로 깊히 깊히 침잠하고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