끄적거림

어미오리

박희욱 2021. 4. 8. 06:48

저녁을 해결하고 바닷가로 나갔다

상현달이 무척 밝아서 작은 별들은 모습을 감췄다

저녁 하늘에는 한줄기 새털구름이 유유히 흐르고,

아카바만의 밤바다는 호수처럼 잔잔하다

바닷물은 은빛으로 반짝이며 해변의 잔자갈들을 쓰다듬는다

선선한 미풍이 나의 살결을 간지르는 몹시도 평온한 해변이다

 

나는 친구들에게 어떠한 인간으로 비칠까?

나는 그들에게 무엇을 주었으며, 또 무엇을 줄 수 있는가?

아무것도 없다

이제는 타인에게 무엇인가를 줄 수 있다는 생각을 버려야 할 때가 왔다

그리고 나는 또한 무엇을 받았으며, 무엇을 받을 수 있을까?

그것 또한 아무것도 없다

있다면 외로움이 있을 뿐

 

그러면 나는 외로움을 받아들이고, 도리없이

무소의 뿔처름 혼자서 갈 수밖에 없다

어미오리는 새끼오리들이 무리지어 딴전을 피울지라도

결코 새끼들 쪽으로 고개를 돌리지 않는다

어미오리의 지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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