끄적거림

향수

박희욱 2023. 3. 15. 05:47

 

 

향수의 가인 이동원님도 고향으로 돌아가시고,

높다란 청청 대나무같았던 박인수님도 훌쩍 떠나버리시고,

그나마 존경했던 법정스님도 은거하던 산속에서 홀로의 촛불이 꺼진지가 벌써 10여년이 지났고,

언제라도 곁에 계시리라 여겼던 이땅의 마지막 참지성 김동길님도 하늘의 별이 되시고,

가까이 지내던 모든 이들이 어느듯 평원의 지평선 쪽으로 아득히 멀어져 버렸으니

나는, 내 어릴적 외톨이 외갓집처럼, 멀리 떨어진 외딴 섬이 되어버리고 말았구나.

서쪽하늘 가물거리는 작은 별처럼 영원의 어둠속으로 말없이 사라지기도 전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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