잡글

조가비

박희욱 2023. 7. 29. 07:59

광안리 모래해변의 조가비

 

아이슬란드 여행을 다녀온 후 오래간만에 광안리비치에 나갔더니

휴가철이라 많은 해수욕객이 해변을 가득 메우고 있었다.

나는 광안리비치에 조깅을 할 때 마다 이쁜 조가비를 주워 모으는 것이 습관이 되었다.

이날은 수많은 해수욕객들이 조가비를 주어가버렸으리라 여기고

애초에 오늘은 조가비를 주을 생각을 하지 않았다.

 

그러나 이게 웬 일인가! 매우 이례적일만큼  화려한 모래밭의 조가비가 눈에 띄었다.

이렇게 아름다운 조가비를 아무도 주워가지 않다니!

그래서 생각을 바꾸어 대충 눈에 띄는 대로 조가비를 주워모은 결과

평소보다  훨씬 더 많은 조가비를 주을 수 있었다.

내가 그동안 근 두달 동안 줍지 않아서 이렇게 많은 조가비가 있는 것일까?

어찌하여 해수욕객들 눈에는 이렇게 이쁜 조가비가 눈에 띄지 않는다는 말인가?

 

그렇다면 나도 살아오면서 내곁을 스쳐 지나가는 많은 아름다운 사람들과 일들을

그냥 스쳐 지나온 것은 아닐까?

그래서 나는 대양의 외로운 섬처럼 홀로 사는 것은 아닐까?

이러한 의구심이 머리를 스친다.

 

나는 오랜동안 파도와 모래에 마모되어 광택을 내뿜는 조가비를 잔뜩 모아 가지고 있다.

이것들을 괴목에 붙여서 하나의 조각작품처럼 만들까 하고 있다.

마음먹은대로 잘 만들어질는지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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