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09 23

홀로

인간은 누구나 홀로가 되는 것을 두려워 한다. 세상을 등지고 산속으로 들어가는 사람조차도 알고보면 소외로부터의 도피행위다. 그래서 사람들은 사회로부터 소외되지 않으려고 발버둥친다. 인간이 현생인류로 진화하기 전의 원숭이시대부터 군집동물이었기 때문이다. 인간은 사회적 동물이라고 한 아리스토텔레스의 말은 옳다. 그래서 사람들은 세상으로부터 소외되지 않으려고 발버둥치는 것이 바로 인생이며, 그 발버둥이 삶의 고통이다. 사람들은 세상속에 어울려서 살면서 홀로임에서 오는 외로움, 쓸쓸함, 허전함 등을 해소하려 들지만 그것은 일시적일 뿐 본원적인 해결의 길이 아니다. 대체로 늙어가면서 점점 더 하나의 고립된 섬으로 되어간다. 그래서 많은 사람들이 종교를 가짐으로써 믿음의 사회에 자신을 종속시켜려 한다. 그러나 종교..

이야기 2022.09.28

삶과 죽음

삶과 죽음은 둘이 아닌 하나이다 자석의 N극과 S극이 하나인 이치와 같다. 삶 속에 이미 죽음이 깃들어 있다는 말이다. 나의 삶과 너의 삶이 다르듯이 나의 죽음과 너의 죽음이 다 다르다. 알든 모르든 간에 죽음에 관하여 설명한다는 것은 사기에 불과하다. 죽음을 알려고 하지 마라. 그대의 삶이 그대의 죽음을 말해 줄 것이다. 그 누구도 그대의 죽음을 말해 줄 수 없다.

안다는 것

소크라테스는 자신은 아무것도 모른다고 했고, 되려 상대방에게 질문만 했다 그러면서 너 자신을 알라고 했다 나는 아는것보다는 모르는 것이 더 낫다는 것을 안다 안다는 것에는 반드시 무지가 뒤따르지만 모르는 것에는, 비록 모른다 해도, 거기에 무지는 없기 때문이다 아담은 신의 경고에도 불구 하고 사탄의 유혹을 이기지 못하고 자신도 모르면서 무언가를 알려고 금단의 열매를 따먹음으로써 낙원에서 추방당했다 무엇을 안다는 것은 신의 소관임에도 불구하고 월권행위를 한 죄이다

팔배개를 하고서

스위스 취리히 호수변의 캠핑장에서 멋진 캠프홈들과 멀찍이 떨어져서 홀로 나의 작은 텐트를 쳤다 그러고는 풀밭에 팔배개를 하고 몸을 뉘었다 푸른 창공에 흰구름이 빛나고, 넓은 나뭇잎 잎사귀가 따가운 햇살을 살짝 가려준다 때마침 기다렸다는 듯이 미풍이 내몸을 쓰다듬고 지나간다 나는 지금 아무것도 필요하지 않다 나는 지금 아무것도 알 필요가 없다 나에게는 아는 것보다 모르는 것이 훨씬 낫다 아무것도 필요없는 내가 무엇을 알아야 한다는 말인가

끄적거림 2022.09.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