침묵으로 가는 길

시간(time)

박희욱 2016. 6. 14. 18:16

구멍은 깍으면 깍을수록 크진다.

구멍은 실재하는 것이 아니라 어떤 물체의 한 부분이 사라진 자리이다.

마찬가지로 시간도 절약하면 할수록 부족하다.

시간을 절약하는 것은 미카엘 엔데의 소설 "모모'에 등장하는 회색인간의 꼬임에 넘어가는 것이다.

시간은 실재하는 것이 아니라 활동의 변화를 인식하는 마음의 현상일 뿐이기 때문이다.

마치, 그림자가 분명히 눈에 보이기는 하나 실재하는 것이 아니라,

 

단지 빛이 부재하는 부분이 그렇게 보일 뿐이듯이.

 

하루에 3시간만 자면서 시간을 아꼈던 나폴레옹은 언제나 시간이 부족했다.

 

시간을 의식하는 사람일수록 시간이 없다.

당신이 돈을 원한다면 시간을 아껴라. 프랭클린이 말한 것처럼 시간은 돈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진정으로 행복을 원한다면 시간을 낭비하라.

 

스포츠카를 타고 달리는 자는 시간이 부족하고, 당나귀를 타고 가는 자는 시간이 충분하다.

자동차를 타고 다니는 현대인은 걸어다니는 미개인보다 4배 이상의 시간을 교통에 소비한다.

플루타크 영웅전에서 '안티폰'은 '가장 큰 손실은 시간의 손실이다'고 했다.

그러나 나에게는 시간의 절약이 가장 큰 손실이다.



바쁜 행보를 하는 현대인보다는 느릿 느릿 답답하게 걷는 틱낫한이 옳다.

헤밍웨이는 '시간은 우리가 갖고 있는 것 중에서 가장 적은 것이다'라고 했다.

그러나 그는 신이 주신 시간도 모두 쓰지 못하고 반납하고 말았다, 권총으로 자살한 것이다.



나에게는 있는 것이라고는 시간 밖에 없다.

나는 이 순간에 살려고 노력한다.

 

순간이 바로 영원이기 때문이다.

사실은 순간과 영원은 시간이 아니다. 결국 나는 시간과 관계없이 산다는 말이다.

'길먼'이라는 사람이 말했다. '영원이란 죽음 이후에 있는 것이 아니라 지금 이 순간에 있는 것이다'라고.


누군가가 '물리적 공간과 시간은 우주의 절대적 어리석음이다'라고 하였다.

마하라지도 말했다. '공간과 시간은 존재하지 않는다'라고.

모든 사람들이 물질이 공간에 놓인다고 생각한다.

아니다. 물질이 존재할 때 비로소 공간이 생긴다.

 

그러나 그 공간은 물체의 그림자와 같이 실재하는 것이 아니다.

그래서 부처님은 '色卽是空  空卽是色' 이라고 하였다.

그는 실로 엄청난 과학자이다.

신은 먼저 '빛이 있으라'고 하였지 '공간이 있으라'고 하지 않았다.

 

빛이 존재하는 것으로 충분하지 별도의 공간은 불필요하므로.


버트란트 러셀은 시간이 중요하지 않다는 것을 아는 것이 행복의 문으로 들어가는 길이라고 하였다.

나는 말하고 싶다, 시간이 존재하지 않는다는 것을 아는 것이 진리로 들어가는 문이라고.

빨리 가는 세월이라는 것은 없다. 다만, 인간의 욕망이 세월을 쫓아갈 뿐이다.

욕망이 세월과 시간을 인식하는 것이다.

 

좋은 마음, 나쁜 마음 가릴 것 없이 마음이 바로 욕망이다.

마음이 정지하면 시간도 정지한다.

즉, 무심이 무시간이며, 그것이 곧 영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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