침묵으로 가는 길

아름다움과 사랑

박희욱 2009. 4. 18. 19:48

사람들은,
아름답기 때문에 사랑한다고도 하고,
사랑하기 때문에 아름답다고도 하고,
경우에 따라서 둘 다 옳다고 하는 이들도 있다.

인간의 이성은 어떤 대상을 항상 분해하고 분석하려 든다.
사실은, 분해하고 분석하려는 그 경향성을 이성이라 이른다1.

아마도, 인간의 이성이 발달하기 전에는 아름답다는 말은 있어도 사랑한다는 말은 없었지 싶다.
그러니까, 아름답다는 말이 먼저 생긴 다음에 사랑한다는 말이 생겼을 것이라 본다.

강보에 싸인 아기를 볼 때, 우리는 이렇게 말한다. "야! 그놈 이쁘구나!"
또는, 새색시에게 이렇게 말한다. "당신, 정말 이뻐!"
이때, '이뻐!'라는 말은 하나의 감탄사로서, 아름답다는 의미와 사랑한다는 두가지 의미가 동시에 내포되어 있다.
이렇듯, 실존적인 측면에서는 아름다움과 사랑은 분리할 수 없는 하나이다.

만일 어떤 대상에게 "사랑해!'라고 말한다면, 그것은 상대방에게 사랑한다는 사실을 통지하는 행위이다.
그때, 그 말은 하나의 사교를 위한 기능적 언어로 전락하면서 아름다움과는 관계가 없다.
때로는, 사랑하는 마음과도 관계가 없을 수 있다.
아무튼, 나는 아직도 사랑한다는 말을 한 번도 하지 못했다. 마치 조화를 보내는 기분이 들어서이다.

실존의 세계에서는 아름다움과 사랑은 분리할 수 없는 하나이다.
아름다움이 사랑이고, 사랑이 아름다움인 것이다.
마치 바다와 파도는 분리할 수 없는 하나이듯이.

  1. 사람은 이성을 사용하지 않을 수 없겠지만, 점차 그 사용을 줄여나가서 종국에는 이성을 넘어서야 한다. [본문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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