침묵으로 가는 길

영취산 능선의 소나무

박희욱 2009. 4. 19. 07:06

15세기 일본 무사들은

나에겐 갑옷이 없다, 나의 관대함과 의로움이 나의 갑옷이라고 노래했다

그러나, 나는 그러한 갑옷조차도 걸치고 싶지 않다

옛 그리스의 디오게네스처럼 벌거숭이로 살고 싶다


부득이, 내가 다시 태어난다면

영취산 능선에서 벌거벗은 채로 서 있는 소나무로 태어나련다

낮에는 햇살을 받고, 밤에는 별빛을 받으며

비가 오면 비를 맞고, 눈이 오면 눈을 맞고

새가 앉으면 새와 함께 노래하고

바람이 불면 바람과 함께 춤추고

그리고, 운무에 휩싸이면 운무속에 사라지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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