침묵으로 가는 길

삶은 질주인가, 산책인가?

박희욱 2009. 4. 19. 09:18

이른 아침이면 강변 너머 저 멀리 떠오르는

일출을 볼 겸해서 산책을 나간다.

발걸음을 세듯이 천천이 걷고 있으면,

사람들이 잰걸음으로 팔을 휘저어면서 나를 앞지른다.

그들은 아침운동을 하는 것이다.

 

참 이상한 일이다. 옛날에는 운동회 때만 운동을 했는데 말이다.

요즘 사람들은 운동에 강박관념을 가지고 있는 것 같다.

그래서 산책이라는 것도 사라진지 오래다.

 

삶은 하나의 산책이여야 한다고 믿는데,

세상은 삶은 질주여야 한다고 가르친다.

 

많은 사람들이 좀비처럼 살아가는 것같다.

좀비에 기생하는 벌레는 좀비의 뇌를 장악하여 좀비를 살아있는 시체처럼 끌고 다닌다.

종래에는 나뭇가지 끝으로 끌고가서 새의 먹이가 되게 함으로써

자신의 종족번식의 목적을 달성한다.

우리는 쇠고랑을 차고서 괜한 질주를 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자신의 발목을 유심히 살펴볼 일이다.

그 쇠고랑이 황금으로 되어 있어서 벗어던지가 아까운가?

선두에서 질주하는 나에게 쏟아지는 눈길이 그렇게도 좋은가?

진흙과 땀에 절은 금메달을 목에 걸고서 귀천하면 하느님이 반겨 주는가?

나는 이 세상을 유유히 산책하다가,

시인 천상병님의 말씀처럼 가벼운 걸음으로 귀천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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